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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교수 “재범사건, 사이버 인민재판..공포심 느껴”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인으로 한국에 귀화한 박노자 오슬로 국립대학 교수가 2PM 전(前) 멤버 재범에 대한 네티즌들의 행동을 “사이버 인민재판”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9월 12일 오후 11시 10분 자신의 블로그에 ‘무서운 사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번 사건을 대하는 네티즌들에 대해 “공포심을 느낄 정도”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재범 사건’에서 보인 유치하고 감성적인 국가주의에 놀란 것은 ‘사상적 내용’의 수준이 아니고 잔혹성의 수준”이라며 “‘군대도 안 갔다온 주제에 우리 나라를 감히 욕했다’는 한 젊은이를 짓밟은 무수한 네티즌 중에서는 ‘재범’ 본인이 그걸 지켜보며 갖는 상처의 정도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이 있었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박 교수는 네티즌들이 “남에게 하등의 머뭇거림없이 상처를 주려는, 학교의 왕따 가해자와 같은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며 “억울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작년 여름 촛불집회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며 "맹박아, 미친 고기를 쳐먹어 쳐죽으라", "숨쉬지 마, 공기 아깝다" 등 구호에 대해 “농담 삼아서라도 타자의 생명을 이처럼 가볍게 취급하는 것은 성숙된 시민적 태도라고 보기가 어렵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는 이같은 행위가 “시민적 태도도 아니지만, 성숙된 계급주의적 태도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와 반대편이라면 미국에 돌아가든지 죽든지 빨리 "없어져야" 할 절대악이라는 구도 안에서는 시민 사회의 생명인 토론은 불가능하다. 진정한 의미의 계급의식의 성장도 불가능하다”고 충고했다.

2008년 데뷔해 1년여간 2PM 리더로 활동, 인기를 모은 재미교포 3세 재범은 2005년 연습생 시절, 소셜네트워크 사이트 마이스페이스에 “한국이 싫다, 돌아가고 싶다” 등 글을 남겼다 최근 물의를 빚었다. 그는 공식 까페에 사과문을 게재한 뒤 나흘 뒤 2PM을 탈퇴, 미국 시애틀로 출국했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 한국으로 귀화한 바 있는 박노자 교수는 러시아인으로 한국에서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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