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범 지음
살림비즈, 328쪽 1만5000원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인문과 예술 분야 지식도 해박했다. 에도 시대의 일본 회화에도 정통했고, 서재에는 책보다 더 많은 클래식 음반이 있었다. 그가 경영학의 구루(도사)가 된 데는 이처럼 경영학 울타리에만 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요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고, 이는 인문학적 소양에서 주로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문학 중에서도 중심은 역시 역사이지 싶다. 사람의 보편적인 본성이야 예나 지금이나 그리 달라질 리 없어서다.
이 책은 이런 인식의 산물이다. 지은이도 “옛 사람들의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더없는 길잡이가 된다”고 밝힌다. 가령 이런 식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낙하산 인사는 늘 문제다. 특히 공기업은 언제나 논공행상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벼슬을 나누면 나라가 위험해진다. 지은이는 ‘개 꼬리로 담비 꼬리를 잇는다’는 구미속초(狗尾續貂)라는 고사성어로 설명한다. 위·촉·오의 삼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 사마염은 황제가 되자마자 벼슬 나눠주기 잔치를 벌였다. 종과 심부름꾼들에게까지 다 한 자리씩 줬다. 당시 관원들은 담비의 꼬리로 관모를 장식했다. 그런데 담비꼬리가 모자랄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비슷한 개꼬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사마륜은 결국 넉달 뒤 황제자리를 뺏기고 살해됐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데도 조조의 위나라 군사를 수차례 대파한 촉의 승상 제갈공명.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한 경우다.
이 책은 이처럼 동서고금의 역사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그만큼 지은이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럼으로써 리더의 덕목과 개인의 성공 비결을 아주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신발을 신지 않는 오랑캐들에게 신발을 팔아 큰 돈을 벌었다는 한고조 유방 때의 거상 임공의 얘기는 에스키모인들에게 냉장고를 팔아야 하는 상사맨들의 애환을 연상케한다. 전쟁에서 패한 장군들을 처벌하지 않는 로마의 얘기나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빌 게이츠의 경영관 역시 참고할 만하다. 제갈량이 거문고를 뜯어 사마의를 물리친 건 제갈량의 브랜드 파워 때문이라는 해석도 자못 흥미롭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