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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피자' 오부치 화끈한 인기…'장수총리 입지다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식은 피자' 로 조롱받던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장수 (長壽) 총리의 바닥을 다지고 있다.

20일 지지 (時事) 통신에 따르면 취임 초기 10%대였던 지지율은 33.1%로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아사히 (朝日).마이니치 (每日)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취임 9개월만에 최고 수준인 36.31%를 기록했다.

"3개월도 못갈 약체정권" 이란 비아냥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 11일 끝난 지방선거 유세기간중에는 찬조연설 요청이 쏟아졌다.

지난해 보궐선거 때마다 자민당 후보들이 "제발 우리 선거구에는 오지 말라. 표 떨어진다" 고 외면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불안하던 돗토리 (鳥取).후쿠이 (福井) 현에서 그의 집중지원으로 자민당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지사에 당선됐다.

도쿄 (東京)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인책론은 쏙 들어갔다.

해외의 논조도 변했다.

워싱턴포스트.이코노미스트지는 오부치가 경제와 외교에서 수완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식은 피자' 라는 별명을 붙였던 도쿄 주재 뉴욕 타임스지의 존 뉴퍼는 "그는 확실히 모든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며 말을 바꿨다.

"식은 피자도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따뜻해진다" 는 오부치 총리의 반론이 적중한 것이다.

반전의 이유는 역시 경제다.

지난해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금융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뒤 경기가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가는 1만7천엔대를 넘보고, 엔화도 달러당 1백17~1백18엔대로 안정세다.

그는 13일 경제인들을 모아놓고 "정부는 할 만큼 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틈 날 때마다 서민들을 파고들며 '인품의 오부치' 를 부각시킨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오부치 총리는 29일부터 1주일간 미국 방문에 나서면서 주룽지 (朱鎔基) 중국총리와 인기경쟁을 벌인다.

통상마찰이란 악재 (惡材) 를 피해 철저히 보통사람들을 파고들 예정이다.

시카고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전한 뒤 노모 히데오 (野茂英雄) 선수와 홈런타자 새미 소사 선수를 접견한다.

또 워싱턴에서 음악회에 들러 '인간 오부치' 도 보여줄 생각이다.

총리관저 관계자는 "최근 뉴욕 타임스지의 일본관련 2백개의 기사중 1백80개가 불황과 금융불안을 다뤘다" 며 "일본의 이미지를 밝은 쪽으로 돌려놓겠다" 고 말했다.

오부치 총리도 장기 집권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재임기간 2백63일로 호소카와 모리히로 (細川護熙) 전 총리를 제친 지난 18일에는 "앞으로 3년 정도는…" 이라고 말했다.

모를 게 사람 일이다.

[오부치 둘러싼 말말말]

▷ "범인 (凡人.오부치).군인 (가지야마 세이로쿠 전 관방장관).이단아 (고이즈미 준이치로 후생상) 의 싸움. " - 다나카 마키코 (田中眞紀子) 중의원 의원, 지난해 7월 자민당 총재선거에 나온 오부치를 리더십이 떨어지는 범인으로 혹평.

▷ "당신은 '식은 피자' 가 아니다. " - 존 뉴퍼.

▷ "오부치는 무엇이든 흡수할 수 있는 백지 (白紙) 의 정치인. " - 나카소네 야스히로 (中曾根康弘) 전 총리.

▷ "중의원을 해산하면 나도 목이 날아갈거야. 다음 총리는 누구지. " - 오부치, 지난 14일 정가에 돌고 있는 '6월 중의원 해산설' 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 "벌써 8개월이 지났다. 3일도, 3개월도 잘 지나갔으니 앞으로 3년 정도는…. " - 오부치, 지난 18일 도쿄 라이온스클럽 국제협회 인사말.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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