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조선매각 어떻게 될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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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과연 계획대로 팔릴까. 제 값을 받을 수는 있을까. ' 현대중공업에 이어 세계 2위 (98년 건조실적 2백20만 G/T) 의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가 일본에 팔릴 것이란 발표가 나오자 세계 조선업계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이 거래는 대우는 물론 세계 조선업계 판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 과연 성사될까 = 현재로선 가능성이 반반이다. 인수후보로 거론된 일본 업체들의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다.

미쓰이조선과 가와사키중공업 실무자들은 "해외조선사업을 인수할 여력이 없으며 대우로부터 제의를 받은 바도 없다" 고 밝혔다. 일본 조선산업도 설비과잉이라 일부 조선소를 폐기해야 할 처지인데다 자금사정상 외국 조선소를 인수할 능력이 없다는 것.

통산성이나 운수성.게이단렌 (經團連) 등도 "아직 대우 또는 한국정부로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듣지 못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한일 양국 재계가 과잉설비 축소에 보조를 같이 한다는 차원에서 함께 처리대책을 협의할 수는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대우측 발표대로 정부 차원의 협의가 병행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실제로 물밑 협상을 벌이면서도 제3국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 쉬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업계는 시설노후화와 인력고령화.기술인력 퇴직 등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업체 인수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매각후 판도변화 = 지난해 일본은 1천98만 G/T (총톤수) , 한국은 8백83만 G/T 규모의 선박을 건조했다. 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수주 기준으로 80%. 대우가 일본에 넘어갈 경우 일본업체의 우위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세계 조선건조의 중심은 되려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다는 분석도 있다. 누가 인수하더라도 주력 생산기지로 옥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국내 업체들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기술력이 한국으로 이전되고 무리한 저가수주 경쟁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 걸림돌은 없나 = 우선 유럽연합 (EU) 업체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선.살물선.유조선 등 일반상선 건조량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 한.일이 손잡을 경우 자신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고 보기 때문. 때문에 이들이 한국에 시설감축을 요구하거나 덤핑문제 등을 들어 견제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도 문제다. 대우 노조는 20일 집회를 갖고 사내행진을 벌이는 등 한시파업에 돌입했다. 일본 업체들은 노조활동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강성 이미지의 대우조선 노조가 회사 매각을 결사적으로 반대할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밖에 일본업체들의 1인당 생산성이 높아 인수 후에 나타날 인력감축이나 국민감정 등도 매각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동섭 기자.동경 = 남윤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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