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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꺼진 줄 알고…”동료 의원에게 불륜 자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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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에 당선되면 신분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관비로 떠나는 해외 여행, 주의회 의원으로서 누리는 명예는 기본이고 온갖 청탁과 민원으로 무장한 로비스트들의 선심 공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로비스트들은 대개 세련된 매너와 섹시한 몸매로 단장한 젊은 여성들이다. 고급 와인과 함께 프로 야구를 R석에서 관람할 수 있는 무료 티켓, 골프 회원권, 그리고 가끔은 성적 제의까지 받는다.

캘리포니아주 요르바 린다 출신 주의원 마이클 듀발(공익사업 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사표를 던졌다고 LA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지난 7월 하원 세출 위원회 청문 회장에서 정회 중에 마이크가 꺼진줄 알고 동료 의원 제프 밀러에게 자신의 외도 사실을 떠벌리다가 이 내용이 뒤늦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듀발 의원은 여성 2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얘기를 자랑 삼아 얘기했고 그의 발언은 당시 청문회 실황을 촬영 중이던 방송 카메라의 비디오 테이프에 고스란히 담겼다.

테이프 편집 과정에서 뜻밖의 ‘특종’을 발견한 LA지역의 한 방송이 8일 이 내용을 공개했고,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는 유튜브 등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녹화 테이프에서 듀발 의원은 자기와 잠자리를 같이 한 여성이 ‘안대만한 작은 속옷(little eye-patch underwear)’을 입었다고 구체적으로 묘사했고 여성의 나이는 자신과 18살이나 차이가 난다고 자랑했다.

더구나 2명 중 1명은 듀발 의원 소속 위원회와 관련된 셈프라 에너지 사의 로비스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댓가성 잠자리 제공’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듀발 의원은 테이프가 공개된 지 하루만에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 성명을 홈페이지에 올린 다음 즉각 의원직을 사임했다. 하지만 외도 사실은 극구 부인했다.

정치감시 시민단체인 커먼 코즈의 캘리포니아 지부는 “에너지 회사와 로비스트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성상납 로비를 벌인 단적인 사례”라며 문제 삼았다.

캘리포니아 주는 1974년 로비스트들은 주의원을 상대로 월 10 달러 이상을 지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음성적인 로비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국 석유회사 BP 아메리카 사는 의원 집무실과 자동 핫라인을 개설해 각종 쇼, 스포츠 경기 등을 언제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2008년에는 이 같은 경비로 3만 9000 달러 (약 5000만원) 이상을 지불했다.

새크라멘토에서 BP 아메리카 못지 않게 의원 로비에 공을 들이는 회사는 AT&T다. 주의원과 보좌진들의 각종 티켓 요구를 처리해주는 이메일 계좌까지 따로 만들었다. AT&T는 2009년 상반기에만 5만 3000달러(약 6500만원)을 썼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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