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룡 절도수법] '30~35분 정도면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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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집을 하나 '홀랑 까는데 (터는데)' 30~35분 정도면 충분하고 금고는 20분 걸린다. 일단 들어갔다 하면 된장독까지 뒤지고 그림은 액자를 떼내고 알맹이만 훔쳤다."

고관집털이 사건 피의자 김강룡씨가 경찰조사와 한나라당 변호인들과의 접견에서 털어놓은 범행수법은 이처럼 프로급 (?) 이다.

金씨가 주로 활동한 시간은 고위층이나 부유층 집주인들이 저녁 약속 등으로 집을 자주 비우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 6~8시 사이로 40평 이상 크기의 아파트만 골라 털었다.

金씨가 수사관과 변호인들에게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의 경우 사전에 인명록에 나와 있는 주소를 확인한 뒤 찾아갔다" "절도범들 사이에 요즘 공직자들이 돈을 많이 긁어모은다는 말이 돌아 치밀하게 준비했다" 고 말한 점 등으로 미뤄 사전에 집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金씨는 행동에 들어가면 우선 목표로 삼은 집에 불이 켜져 있나 확인한 뒤 꺼져 있으면 전화를 걸거나 초인종을 눌러 응답이 없을 경우 '빠루' '드라이버' 등을 사용해 현관문을 따고 침입했다.

이때 주위의 의심을 사지않도록 양복차림을 한채 경비원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용돈을 쥐어주는가 하면 폐쇄회로용 내시경이 부착된 첨단장비를 동원하기도 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김치냉장고나 꽃병 속까지 샅샅이 뒤져 현금.보석은 물론 고가의 그림 등 '돈이 될만한 것' 은 몽땅 털어 차에 싣고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했다.

金씨는 특히 빈집인줄 알고 침입했다가 집주인과 마주치게 될 경우 강도로 돌변, 흉기로 위협해 주인의 손발을 묶은 뒤 금품을 빼앗아 도주했다.

金씨는 훔친 물건 중 금붙이는 자신이 집에서 직접 녹여 덩어리로 만든 뒤 암거래상에게 팔았다.

그는 또 훔친 금품 중 일부를 주위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수사기관에 검거되지 않는다는 범죄인들 사이의 속설에 따라 이른바 '양밥' 을 나눠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했다.

인천 =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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