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화물기 참사 先추락 後폭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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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상하이 = 유상철 특파원]대한항공 화물기 상하이 (上海) 사고는 대형 '공중폭발' 보다는 비행중 비상상황을 맞아 '추락' 했을 가능성쪽이 커졌다고 한.중 합동조사단 관계자가 1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블랙박스를 회수하기 전엔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지만 사고현장과 잔해 분포도 등을 볼 때 화물기가 공중에서 폭발해 잔해가 뿌려졌다기보다 조종불능의 비상상황에 의해 상하이 신주앙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항공기 추락지점에 기체 선두부분부터 꼬리부분까지가 뭉개져 있으며 ▶추락후 항공기가 폭발하면서 발생시킨 파편들이 추락지점 앞부분에 위치한 중국 주상복합 건물에 탄흔처럼 박혀있는 사실을 꼽았다.

비행기가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지상까지 왔다는 얘기다.

즉 항공기 파편은 추락지점을 시작으로 폭 3백m 정도로 해 앞부분으로 쏟아진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공중에서 완전폭발해 잔해가 떨어질 경우 잔해 분포도는 현재보다 훨씬 더 넓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사고와 관련, 이 관계자는 "조종사 과실 가능성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며 화물기가 고도 1천m 지점서 조종불능의 어떤 비상상황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비상상황으로는 ▶기체내 소폭발이 있었거나 ▶엔진자체 결함 ▶기체내 다른 작은 결함에 의한 조종불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단은 이에 따라 핵심적인 비행자료가 기록된 블랙박스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으나 진흙속 수작업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사단은 또 상하이 공항 관제탑과의 대화내용 등을 통해 사고기는 고도 9백m 지점에서 30도 각도로 추락하기 시작했으며 1천5백m와 5천7백m까지 상승후 교신하자는 관제탑의 두차례 지시를 따르지 못했던 것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사고기가 1천m 상공에 도달한 뒤 무려 3~4초 동안이나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 채 평행선을 그으며 비행하다 돌연 레이더에서 사라진 사실도 밝혀냈다.

조사단은 또 대한항공 승무원 3명의 시체를 모두 찾아냈다.

그중 기체 앞부분 잔해 밑에서 발견된 시체는 부기장 박본석 (朴本錫) 씨로 확인됐다.

한편 승무원 3명의 유가족 12명이 18일 사고현장을 둘러보며 헌화하고 슬픔을 삼켰다.

중국측은 18일부터 객관적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미국의 국가교통안전위원회 (NTSB) 관계자 5명을 초청, 한.중.미 3개국에 의한 공동조사를 새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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