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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모터 관련기술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두두두두두…. ' 호출기의 요란한 '몸놀림' 에 소지자들은 한번쯤 깜짝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호출기가 잠깐이나마 이처럼 생동 (生動) 할 수 있는 것은 모터 때문. 이 모터의 세계에 '다윗 바람' 이 불고 있다. 힘은 적지만 기능은 '골리앗' 못지 않은 초소형 모터가 제 세상을 만난 것.

호출기 모터가 그 대표적인 예. 호출기 제조사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모터 지름이 보통 4㎜ 정도. 작다고 해서 구조가 큰 모터와 다를 것은 없다. 가운데 철심이 있고 주변을 코일이 감싸고 있다.

휴대폰 진동모터는 호출기보다 약간 큰 4~12㎜가 대부분. 이들은 조그만 건전지 하나면 '덜덜덜' 수천 번 이상 떨 수 있을 정도로 모터 효율이 좋다.

초소형 모터 개발이 붐을 타는 것은 최근 휴대용 전자.정보통신기기가 늘고 있기 때문. '작을수록 좋다' 는 유행경향은 모터라고 예외가 아니다.

'휴대' 가 간편한 점을 악용, 최근에는 전문도박단이 소형모터를 이용해 속임수 화투판을 벌이다 붙잡히기도 했다.

소형모터에 특수카메라 렌즈를 부착, 우유 투입구로 밀어넣어 문을 딴 '첨단' 도둑도 있다.

휴대용 기기의 모터만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초소형모터 개발사인 삼홍사는 최근 전자오락기용 'SM - 1519' 라는 모터를 개발했다.

지름15㎜ 길이19㎜인 이 모터는 전투게임에서 총을 쏜다든지 폭발물이 터질 때 조종 스틱에 고감도의 진동을 전달한다.

게임 소프트웨어의 신호에 따라 진동의 크기도 자동 조절된다. 초소형 모터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작아서만이 아니다. 끌어 쓴 전기를 90%이상 힘으로 바꿔주는 고효율도 이들만의 장점.

공사장 굴착현장에서 흔히 보는 기계의 대형 모터 효율은 기껏해야 50% 남짓. 효율이 이처럼 떨어지는 것은 초소형모터와는 달리 대부분 영구자석이 없기 때문이다.

삼홍사 최락선 (崔洛善) 이사는 "영구자석의 자기 (磁氣)가 일종의 전원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초소형 모터의 효율이 크다" 고 말한다. 캠코더나 카메라의 줌렌즈 작동에 소형모터를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모터 중 가장 작은 것은 지름 1㎜짜리. 일본의 세이코엡슨이 만든 것으로 시계 속에 들어있다. 기능은 시계 태엽을 감아주는 것. 평소 건전지로부터 전기를 받아 태엽을 돌려주는 이 모터는 때론 발전기로 변신해 오히려 건전지를 충전시키는 깜짝 기능이 있다.

시계를 찬 사람이 걷거나 팔을 휘두를 때 생기는 진동을 모터가 전기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사실 발전기와 모터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 모터 한가운데 철심이 돌면 주변의 코일에 전기가 생기고, 반대로 코일에 전기를 흘려주면 한가운데 철심이 돈다.

최근에는 기존 초소형모터와는 개념부터 다른 신종 (新種) 도 출현하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 (KETI) 임태빈 (任泰彬) 박사팀은 일종의 '도자기' 모터를 개발했다. 흙에 갖가지 광물 등을 첨가해 구운 세라믹 재료를 사용한 이 모터의 정식명칭은 초음파 모터. 전기가 아니라 초음파로 힘을 낸다.

"가습기의 물 분자가 수증기로 변하는 것은 초음파 때문이지요. 똑같은 원리로 세라믹 재료에 초음파를 쏴주면 세라믹이 움직입니다. 바로 모터지요. " KETI는 공중전화기용 성냥갑만한 크기의 초음파 모터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이 모터는 공중전화기에서 전화 카드를 물고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일을 한다. 기존의 고전적인 모터가 요구르트 병만한데 비하면 크기가 절반은 준 셈이다.

초소형 모터는 로봇에도 쓰인다. 관절 마디 마디를 움직여 사람 흉내를 내려면 초소형 모터 사용은 불가피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초소형 모터가 우리의 내일을 또 어떻게 바꿀지 지켜볼 일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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