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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타크래프트 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할 줄 모르면 왕따당한다.

지구에서 은하계 외부로 추방된 지구 종족, 정체 불명의 괴물,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초능력을 갖춘 외계 종족, 스타크래프트는 사용자가 이 세 종족 중의 하나를 골라 다른 종족과 싸우는 일종의 가상 전쟁게임이다.

*** 세계랭킹 1위가 한국인

미국의 블리자드사에서 98년 4월 말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정기 사용자 2백만명의 판매를 보이면서 세계의 게임 매니어들을 사로잡고 있다.

야구나 농구처럼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열리고 있으며, 게임장면은 TV를 통해 해설도 한다.

프로 선수들처럼 프로 게이머라는 신종 직업도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PC 게임방이라는 새로운 산업군을 만드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다.

이 게임은 컴퓨터를 상대로 혼자서 즐기는 기존 게임의 한계를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다수 사용자들간에 게임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승화시킨 것 중 대표작이다.

컴퓨터가 아닌 사람과 전투를 벌이며, 그 전적이 바로 세계랭킹에 등재되는 묘미는 전세계의 게이머들을 단기간에 스타크래프트 신드롬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게임의 세계랭킹 1위에 한국인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1백위 안에는 약 50%가 한국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의 문화적 특수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우선 전략게임을 좋아하는 국민성을 꼽을 수 있다.

수천년 동안 바둑과 장기를 즐긴 우리의 게임문화가 멀티미디어적인 서양의 게임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음으로 승부욕을 들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남과 싸워 이기는 것을 요구받아온 우리들은 그 욕구를 이 게임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세계 등수와 같은 구체적 수치는 승부욕을 더욱 부채질하여 우리를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우리의 젓가락 문화도 공헌했다는 분석도 있다.

젓가락으로 길들여진 우리의 손재주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신속하고 섬세하게 다룬다.

마지막으로 유행에 민감한 우리의 성격이다.

단기간에 세계 유수의 핸드폰 보유국을 만든 힘이 이 게임의 폭발적 확대에도 작용한 것이다.

*** 인터넷과 친숙해질 기회

이렇게 스타크래프트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동안 스타크래프트는 IMF사태를 맞은 국내 정보산업을 다행스럽게도 기사회생시켰다.

게임방이라는 신규 업종이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4천여 업체가 성업 중이며 매달 4백~5백개가 새로 문을 열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방에 필요한 PC 및 게임들의 시장이 확대됐으며, 인터넷 수요를 폭발시켜 인터넷 사용자가 크게 늘게 됐다. 또한 인터넷 게임의 붐에 힘입어 많은 게임 개발업체들이 인터넷 게임을 자체 개발했으며, 이제 외국으로 수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러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으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이 인터넷과 친숙해질 기회라는 점이다.

우리는 게임만이 아닌 인터넷을 통한 정보검색.PC통신 등으로 관심분야를 넓혀 정보사회의 일원이 되고 있다.

정보사회는 첨단기술에 문화가 결합할 때 탄생한다.

우리의 문화적 특성을 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이라는 첨단기술에 실을 때 우리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음을 스타크래프트는 보여주고 있어 의미가 크다.

하지만 문화관광부에서는 비디오 화면이 잔인하고, 기존 오락실 게임과 유사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18세 미만 연소자 이용불가 판정을 내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새로운 열기를 고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산업사회적인 잣대로 폄하해서는 안된다.

*** 정보화 발전 교훈얻어야

우리가 경쟁국보다 먼저 정보사회로 진입해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힘이 바로 이 열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전략게임에 대한 강한 승부욕과 나도 해봐야겠다는 동반의식이 우리의 정보화 마인드를 확대하고, 정보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나타난 이러한 현상에서 얻은 교훈을 어떻게 응용, 발전시킬 것인가가 정보화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박현제 (주)두루넷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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