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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건보개혁 연내 마무리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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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건강보험 개혁을 연내에 완료하기 위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나는 건강보험 개혁을 대의로 내세운 첫 대통령은 아니지만 반드시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하는) 마지막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혁입법을 둘러싼 논의가 솔직하지 못하고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타협의 희망을 주지 못하는 이념논쟁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말다툼 대신 지금은 행동할 때”라며 공화당을 압박했다.

오바마가 연설하는 동안 의원들은 소속 정당을 초월해 20여 차례의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거짓말”이란 야유도 나왔다. 오바마가 민주당의 건강보험 개혁안이 불법 이민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이에 격분한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이 “당신 거짓말하고 있어(You lie)”라며 고함을 쳤다. 미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할 때 의원이 이처럼 대놓고 비난하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역대) 그 어떤 대통령도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며 흥분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윌슨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치 매카널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존경심을 갖고 대통령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윌슨은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내 발언은 부적절하고 유감스러운 것이었다”는 내용의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오바마의 의회 연설을 계기로 건강보험 개혁안을 둘러싼 미국 사회 논쟁은 결정적인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미국에서 왜 건강보험 개혁안이 논란의 쟁점인지, Q&A로 알아본다.

Q: 왜 건강보험이 논란인가.

A: 미국의 1인당 의료비용은 프랑스와 독일의 거의 두 배, 영국의 2.5배 정도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이 의료비에 쏟아붓는 돈은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는 국내총생산(GDP)의 18%에 달할 전망이다. 현 상태로 가면 2030년에 28%까지 올라간다고 미 정부는 보고 있다. 더구나 보험료 증가로 무보험자는 4700만 명으로 늘어났다.

Q:미국의 보험제도는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A:한국은 정부 주관 아래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다. 그러나 미국은 기본적으로 민간 보험이다. 미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저소득자들에게만 건강보험을 지원한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직장을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한다. 직장에서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보험료가 올라가면서 직원 보험료 지급액이 늘자 기업들이 직원 해고에 나섰다.

Q:어떻게 고치려는 것인가.

A: 정부가 건강보험을 주관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 건강보험 체제를 도입해 사각지대를 없애고, 관리비용을 줄이려 한다. 그동안 직원들에게 보험 지원을 하지 않던 소기업들에는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핵심은 현행 민간보험 체제에 공공보험을 추가해 양측 간의 경쟁을 유도, 비용은 줄이고 서비스 질은 높이겠다는 것이다.

Q: 누가 반대하나.

A: 건강보험 개혁엔 향후 10년간 최소 1조 달러가 필요할 전망이다. 누가 이것을 부담하느냐의 문제로 찬반이 엇갈린다. 공화당 등 보수진영은 큰 정부와 재정적자 확대, 보험산업 도산을 우려한다. 이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타당성, 공공보험 도입에 따른 엄청난 재적적자 발생 우려, 민간 보험 소멸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또 공공보험을 도입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한국처럼 단일한 정부 주관 보험자 제도로 발전할 경우 사회주의와 뭐가 다르냐며 이념 공세도 퍼붓고 있다.

Q: 건강보험 개혁안은 어떻게 될까.

A:오바마는 당초 상·하원의 합의시한을 지난달 초까지로 정했지만 실패했다. 지역 여론 형성을 위해 마련한 타운 홀 미팅(지역구 유권자와의 대화)에선 부작용이 발생했다. 개혁안에 부정적인 이들이 행사를 여론전으로 활용해 전세가 역전됐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서도 강·온파로 갈렸다. 오바마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정부 주도가 아닌 비영리 조합 형태의 보험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오바마는 과거 클린턴 정부의 실패를 교훈삼아 어떤 식으로든 공화당과 타협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것으로 미 언론들은 관측한다.

워싱턴=최상연·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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