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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오페라와 베를린 필 공연 2만원이면 서울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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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변화 #1.

‘스타 앙상블’인 안나 네트렙코(소프라노)와 롤란도 비야손(테너)을 앞세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이 올 시즌 새로 연출한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올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공연되고, 한 달 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스크린을 통해 한국 팬을 만난다. [포케이미디어 제공]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만 69세가 되는 내년 1월 ‘데뷔’를 강행한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베르디 ‘시몬 보카네그라’의 주역으로 출연하는 것. 이로써 1959년 데뷔 이래 맡았던 126개의 역할에 하나를 추가하게 된다. 127개라는 이 기록적인 숫자는 세계 음악팬들에게 반가운 뉴스다.

한국의 오페라 팬이 이 ‘노장의 투혼’을 보려면 뉴욕행 비행기를 타야했다. 혹은 DVD가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수 뿐이었다.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시몬 보카네그라’는 내년 5월 한국에서 볼 수 있다. 뉴욕에서 이달 21일 시작해 내년 5월 끝나는 2009~2010 시즌 중 9개 작품이 서울 삼성동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박스에서 상영되는 덕이다.(관람료 2만원) 로시니의 ‘아르미다’, 앙브로즈 토마의 ‘햄릿’ 등 한국에서는 통 볼 수 없는 작품이 포함됐다. 한국인 소프라노로는 네번째로 메트로폴리탄의 주역을 따낸 김지현(33·미국명 캐슬린 김)씨의 ‘호프만의 이야기’도 뉴욕 공연 한달 후 서울에서 볼 수 있다.

변화 #2.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한국에서 티켓 가격으로 두 번의 기록을 세웠다. 2005년과 지난해 내한에서 오케스트라 공연 최고가를 지킨 45만원짜리 티켓은 이 오케스트라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을 엇갈리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세계 무대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오케스트라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에 평범한 애호가로부터는 ‘그림의 떡’으로 멀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를린 필은 이제 한국 팬에게도 9.9유로(약 1만8000원)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을 허락했다. 인터넷을 통해 공연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디지털 콘서트 홀’이 음악감상 민주화를 지원한다. 베를린 필은 지난달 28일 시작한 시즌 내의 33개 모든 콘서트를 라이브로 중계하고 있다.

세계 음악계의 ‘1번지’가 매체를 적극적으로 바꾸고 있다. 뉴욕과 베를린 뿐 아니다.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700명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스토리를 만든 ‘열린 오페라’를 5일 공연했다.

이처럼 다양한 미디어를 동원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재정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2001년 90% 수준이던 객석 점유율이 최근 7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금융 위기가 시작된 후에는 이번 시즌의 작품 일부를 취소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때문에 이 오페라 극장은 2007년부터 유럽과 일본 등지에 실시간에 가까운 중계를 시작했다. 그 노력이 한국에까지 미친 셈이다.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지난해 내한해 “소수의 운 좋은 사람만이 클래식을 즐긴다는 인식은 곤란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플루트 수석인 엠마누엘 파후드가 이끄는 ‘미디어 팀’을 따로 뒀을 정도다. ‘디지털 콘서트 홀’에는 9개월 동안 20만명이 다녀갔고 1만4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웹사이트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교육용 자료는 모두 무료로 남겨놨다. 매체의 변화가 ‘제 살 깎아먹기’에 그치지 않게 하려는 베를린 필의 넓은 안목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호정 기자

▶더 메트 온 스크린=9월 13일부터 내년 7월까지 매주 수·토·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M관.

▶베를린 필하모닉 ‘디지털 콘서트 홀’=www.dch.berliner-philharmonik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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