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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신예감독 2명의 파격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젊은 감독들이 무섭다. 기존 영화들의 형식과 내용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영화들이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난해 세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한 유럽의 두 젊은이 토마스 빈터베르그 (29.덴마크) 와 톰 티크베어 (33.독일) .그들의 문제의 영화 '셀레브레이션' 과 '롤라런' 이 24일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롤라 런]

'음악 플러스 이미지가 곧 영화다. ' 톰 티크베어 감독은 영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영화 '롤라런' 은 그의 이런 영화관을 온몸으로 증언한다.

"한 여자가 정신없이 도시를 질주하는 이미지에서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는 그는 이후 여자가 왜 뛰어야 하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하며 영화의 이야기를 완성해냈다고 한다.

붉은 머리의 여자는 시종일관 질주하고 영화는 여자의 숨소리와 같은 테크노 음악을 박진감넘치는 전자음으로 뿜어낸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20분. 이 20분은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로 인해 결과가 크게 달라진 세 개의 버전을 만들어낸다.

뛰어가는 그녀의 곁을 스쳐가는 하찮은 거리의 사람들이 주인공들의 생사를 결정짓는 것. 컴퓨터 화면에서 마우스로 클릭하면 펼쳐지는 정보들처럼 곁은 스치는 사람들의 과거와 미래를 정지화면으로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과거와 미래 이야기는 정지화면에, 주인공 이야기는 35미리 필름에,에피소드의 변화는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는 등 다양한 기법을 과감하게 썼다.

11세때 8미리 단편영화를 찍고 독학으로 영화공부한 감독의 세번째 영화로 독일에서 2백10만명의 관객을 끌어냈다.

작품성★★★★

오락성★★★☆

[셀레브레이션]

95년 라스 폰 트리에 등 덴마크 감독들을 중심으로 주창된 영화선언 '도그마 95' 의 핵심은 영화의 순수성을 되찾자는 것. 지나치게 테크놀로지 발전의 가속도에 휘말려가는 영화의 흐름에 저항하기 위해 핸드헬드 촬영 (들고 찍기) , 인공조명 덜쓰기, 현장 사운드 사용 등 영화적 인위성을 최소한 배제하자는 뜻을 담았다.

'셀레브레이션' 은 덴마크의 신예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이 저항정신을 '독기' 처럼 품고 만든 영화다.

흔들리는 디지틀 6미리 카메라에 담아낸 거친 이미지가 가진 형식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의 권위를 철저히 짓밟고 뭉개버린 내용엔 낡은 영화관습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 힘이 있다.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장남 크리스찬이 축사를 하기 위해 일어나 아버지의 위선을 폭로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렸다.

빈터베르그 감독이 '도그마 규칙에 대한 은유' 라고 말한 이 영화는 그의 두번째 장편 영화.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배우들의 열연 역시 눈여겨 볼 만한하다. 기존 권위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성찰이 이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작품성★★★★

오락성★★★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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