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장필화 교수 '여성.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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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의 해방은 정조의 해방부터 할 것이니 좀더 정조가 문란해 가지고 다시 정조를 고수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 (1935년 '삼천리' 지) 라고 주장한 화가 나혜석. 그녀는 당시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을 고스란히 감수한 채 외로이 쓰러져 갔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오늘. 이 문제에 동의하는 여성들이 당시보다 훨씬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학문적 영역에서 전통적 성도덕 해체작업은 아직도 조심스럽다.

만약 그가 살아있다면 그 조심스러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화여대 장필화 (여성학) 교수가 펴낸 성 (性) 담론에 대한 글 '여성.몸.성' (또 하나의 문화.9천5백원) 은 남성적 관점의 성 해체, 여성 시각에서 성 해방 등을 통해 새로운 성도덕 확립을 주장하고 있는 책이다.

성에 있어서 여성의 해방, 성.사랑.결혼에서 통념과 규범의 비판, 성윤리에서 성적 불평등, 매매춘에 대한 국회 속기록에 나타난 여성정책 시각 등이 논의되는 주요 이슈들. 저자는 결론으로 이런 말을 한다.

'남존여비' (男尊女卑) 란 표현을 구시대의 유물이라 하면서도 여성들까지 남성의 우선적 권리가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런 점에서 여성문제는 여성 혹은 남성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틀지우는 관념과 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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