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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동료 일자리 챙기는 '노숙선배'의 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 11일 오전 6시쯤 서울마포구공덕동 실직노숙자 쉼터 마포게스트하우스. 평소 일요일 같으면 아직도 자고 있을 張모 (40) 씨는 아침을 일찍 먹고 작업복을 챙겼다.

문앞에 대기중인 25인승 대형버스에는 이미 게스트하우스 동료들 17명이 타고 있었다.

張씨 일행이 탄 버스는 경기도이천시설성면행죽2리에 위치한 한국농장으로 떠났다.

한국농장은 지난해 9월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달 가량 머물렀던 '실직 노숙자 선배' 연기식 (延基植.54) 씨가 운영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관광농원. 지난해 11월초 이곳에 취직한 延씨가 지난달 옛 동료들에게 자립의 길을 마련해 주기 위해 공공근로가 없는 주말마다 일거리를 제공하겠다고 게스트하우스에 제의한 것이 이번에 성사된 것이다.

延씨는 "10만평이 넘는 벌판을 관광농원으로 바꾸는 작업에 많은 일손이 필요한데 주말이면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옛 동료들이 생각났다" 고 말했다.

張씨 일행은 이날 하루종일 비에 젖어 촉촉한 흙을 파내며 당귀.원추리 등 약초를 캔 뒤 트럭에 싣는 작업을 했다.

오후 6시까지 농장에서 일한 張씨 일행이 이날 받은 하루 품삯은 푸짐한 점심과 간식을 포함해 1인당 3만원.

張씨 일행은 "공공근로보다 많은 품삯인데다 오랜만에 '일다운 일' 을 한 것이 무엇보다 뿌듯했다" 며 "옛 동료들을 잊지않고 배려해준 延씨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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