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충격… 2여.국회에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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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요일의 반란' 으로 DJP정권은 초상집이 됐다. 청와대와 총리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말을 잃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국기를 흔든 세정 (稅政) 문란' 으로 규정한 사건의 '주범' 이 2여 (與)가 절대과반수를 차지한 국회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기 때문이다.

재.보궐선거 승리의 자축 만찬을 金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연지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다.

당장 양당 지도부 인책론과 함께 공동정권 최대 위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金대통령의 '통치권 누수문제' 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투표결과는 71년 오치성 (吳致成) 내무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김성곤.길재호 의원 등 공화당내 4인방의 반란으로 전격 통과된 사실에 비견하면서 곧 닥칠 후속풍을 걱정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른바 '10.2항명 파동' 을 주도한 관계자들을 정보부로 데려다 혹독한 체벌을 가하도록 했고, 이들의 의원배지를 떼는 등 대대적인 숙당 (肅黨) 과 당정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청와대의 경악과 충격은 상당했다. 徐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않던 청와대였기 때문이다.

뒤늦게 김대중 대통령과의 교감을 통해 나온 박지원 (朴智元) 대변인의 논평은 비장했다.

첫째도 유감, 둘째도 유감이었다. 朴대변인은 "국회를 국민이 납득할 것인가, 국회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가" 라고 반문했다.

청와대가 공식논평을 통해 국회 전체를 상대로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朴대변인은 특히 "표결 결과에 대한 상응한 조치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문책을 분명하게 시사한 것.

청와대는 金대통령이 세풍 (稅風) 문제만큼은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적당히 넘어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의 권위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김중권 청와대비서실장은 이날 밤 국민회의 조세형 권한대행과 장시간 통화한 뒤 청와대 대통령관저로 올라갔다.

잠시 후 돌아온 金실장의 표정은 아주 무거웠고 趙대행을 만나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같은 청와대 기류를 밝히며 "당 지도부에 대한 전면 개편도 배제할 수 없다" 고 했다.

물론 일부 신중론도 있다. 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 같은 이는 "의원들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기보다는 동료의원에 대한 동정심이 발동된 것 같다" 면서 기자들에게 "1회용 사안으로 보고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 고 주문했다.

그러나 金수석의 말도 결국 사안의 중대성을 염두에 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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