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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의 이름으로’ 한데 모인 젊은 작곡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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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독일에서 활동하며 동서양 음악의 융합을 이뤘던 작곡가 윤이상. 그를 기리는 ‘국제 윤이상 작곡상’ 본선 연주가 서울에서 열린다. [중앙포토]


지난 7월 세계 23개국 40세 이하 젊은 작곡가들이 오케스트라 작품 70곡을 서울로 보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95)의 뜻을 기리는 ‘제2회 국제 윤이상 작곡상’ 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진은숙, 스위스의 루돌프 켈터본 등 심사위원들이 70곡 중 다섯 작품을 골랐다. 세계 젊은 작곡가들의 현주소를 보여줄 본선 진출작 연주가 이달 1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린다. 지휘자 정치용을 중심으로 꾸려진 ‘윤이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이날 만나게 될 다섯 작품을 소개한다. 이 중 두 작품은 대상과 중앙일보 특별상을 받게 된다. 각각 2만·1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스플래시(Splash)!/김택수(29·한국)=서울 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물이 튀는 방향에 대한 과학적 계산’이라는 주제를 잡고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물이 튀다’라는 뜻의 제목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계산은 복잡한 함수를 사용해도 근사값 만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김씨는 물풍선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로 작품을 시작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 주제를 쪼개며 음악을 전개한다.

▶모래 위에 지어지지 않은 성/마츠모토 나오유키(33·일본)=작곡가는 “이 ‘이상한 제목’은 동양의 단어 ‘사상누각(沙上樓閣)’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마츠모토는 대학에서 저음의 금관 악기인 트롬본을 전공하고 비교적 늦은 나이인 24세에 작곡을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에 작곡 기교가 부족했던 당시 상황을 빗대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해설이다. 활기찬 대목과 정적인 부분의 극적인 대비가 두드러진다.

▶그림자 놀이/울리히 알렉산더 크레파인(30·독일)=이 음악은 쉬지 않고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율과 리듬을 청중이 파악하려는 순간, 또 다른 주제로 바뀐다. 작곡가는 “벽에 떠다니는 그림자처럼 정체성을 숨기고 드러내며 암시의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의도를 풀었다. 그림자만 보고는 실재를 확인할 수 없듯, 음악적 주제들도 추측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크레파인은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음악학 박사과정 중이며 독일 안팎의 콩쿠르에서 여러 번 입상한 경력이 있는 작곡가다.

▶옹뒬랑(Ondulant)/한정은(34·한국)=‘물결치다’라는 뜻의 제목을 붙인 한씨는 “음(音)이 근본적으로 떨림(진동)이라는 운동의 결과라는 데서 작품을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원리에서 나오는 음들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낳는 것을 게임처럼 즐기는 음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떠났던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씨는 “멀리서 온 음악의 발자취와 같은 여운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작곡가로서의 꿈이다.

▶시빌루스(Sibilus)/마누엘 마르티네즈 부르고스(39·스페인)=작곡가는 휘파람에서 음악을 발견했다. ‘쉿’ 하는 소리를 뜻하는 라틴 단어를 제목으로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터키의 양치기들과 알래스카의 에스키모들이 언어처럼 사용하는 휘파람에 기반을 두고 음악을 만들었다. 거대한 협곡에서 울리는 바람 소리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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