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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백재단 토론회 중계] 자본주의 체제 대안은 없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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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가 마련한 연중기획 중 한백연구소와 함께 벌이는 '밀레니엄 대토론회' 두번째 주제는 '자본주의 대안체제는 없는가' 였다.

이번 토론회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나 '제3의 길' 에서 언급되는 자본주의가 새로운 세기에 어떤 자기갱신과 대안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본다.

<토론회 참석자>

한상진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

정운영 :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송희석 : 새문명아카데미 이사장

공병호 : 자유기업센터 소장

김종석 :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김대환 :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김종석 =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로 대표되는 서구의 '제3의 길' 은 사회주의 이상 실현의 한계를 인식하고 시장경제원리를 활용하는 실용주의적 아이디어다. 이는 다른 한편 집권에 실패한 영국 노동당이 중도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구사한 집권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주의 전통의 정당이 보수당의 논리를 수용하다 보니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등 성격이 모호해졌다.

문제는 한국적 현실에서 제3의 길이 내세운 가치들이 뿌리를 내리고 발전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공병호 = '제3의 길' 은 집권을 위한 정치인의 레토릭 (修辭) 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모든 것들을 묶어놓은 만물상이다.

미래사회 문제는 개인의 창의성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다.

노동 패러다임에서 두뇌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유교적 인본주의로 자본의 윤리성을 강화하겠다는 데도 회의적이다.

동양문화에서 개인의 창의성이 과연 존중돼 왔는가.

경영민주화도 주의가 필요하다.

경영경험이 일천한 시민운동세력들에 의해 경영민주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할 것이다.

▶송희식 = '제3의 길' 이 정치적 수사라는 지적에 동감한다.

한국적 대안으로 강조한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의문이 앞선다.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시민사회가 매우 발전돼 있지만 그 자체가 어떤 대안기능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대환 = '제3의 길' 은 단일한 이념체제라기보다 실천적 정책과제의 제시라고 본다.

신자유주의와 복지국가의 이상은 필요한 가치들이다.

이들을 모두 포괄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할 가치가 있다.

▶공병호 = 세상관에서 정교수와 아주 다르다. 정교수는 세상을 지나치게 많은 걱정을 한다. 강요가 아니라 사람을 먹여살리는 제도는 자본주의 외에 대안이 없다. 시장경제는 자연법칙의 하나로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킬 수 있으며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제도다.

▶송희식 = 정교수 입장에 공감한다. '시장이 자연적 질서' 라는 견해는 소수의견에 불과하다.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가 핵심인데, 시장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2%의 승리를 위해 패배가 예고된 98%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정교수의 문제제기에도 공감한다.

그렇다고 윤리적 통제를 통한 해결에는 기대를 걸지 않는다.

시장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

▶김종석 =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한 시장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시장기능을 어떻게 인간에게 이롭게 하느냐의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제3의 길' 의 기획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공생공영의 본능을 좀더 합리적으로 달성하자는 기획이 아닌가. 그러나 정교수가 말하는 복지와 공존공생의 논리가 과연 모두가 상생하는 윈윈게임인가 묻고 싶다.

▶정운영 =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지 못한다고 해서 누구나 그 진행 방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라는 곳은 교환이 이뤄지는 장소로선 존재했지만 불평 등을 증대하는 곳이라는 관점도 같이 보아야 할 것이다.

전세계 부호중 2명의 재산을 합치면 48개국 국내총생산 (GDP) 과 같다.

그렇다면 부호 2명의 부도덕을 지적해야 하나 48개국 사람들의 게으름을 비난해야 하는가.

대답은 자명하다.

밀레니엄팀 = 김창호.오병상.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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