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女국가대표 8시간 납치돼…대표선발 알력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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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태릉선수촌으로 복귀하던 국가대표 여자 수영선수가 선수촌 입구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돼 끌려다니다 8시간만에 풀려났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50분쯤 서울노원구공릉동 태릉선수촌 정문 앞길에서 수영 국가대표 선수 L양 (15.여고1) 이 둔기로 뒷머리를 맞아 의식을 읽고 쓰러진 후 승합차로 납치됐다.

범인들은 테이프로 L양의 손발을 묶고 눈을 가린 채 승합차에 태워 충북청주시로 데려간 뒤 "수영을 그만두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고 협박, 부모로부터 수영선수 생활을 중단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1일 0시15분쯤 청주시흥덕구 청주역 부근 철길 옆에 내려놓고 달아났다.

L양은 경찰에서 "서울 말씨를 쓰는 20대 남자 두명과 40대 전후의 남자 1명의 목소리가 들렸으며 이들은 지난 2월 교체된 국가대표 수영선수들과 감독.코치 등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고 말했다.

경찰은 L양이 범인들로부터 "실력이 모자라는 선수가 대표로 뽑혀 수영계가 망하게 됐으니 기존 선수들을 내쫓은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대표선수 선발을 둘러싸고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L양의 뒷머리에 상처가 없고 테이프 자국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최근 친구들에게 "답답하다" 는 심경을 토로했다는 정보를 입수함에 따라 자작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L양은 지난해 국내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 지난 2월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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