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7시 한양대 의과대 계단강의실 6층. 세미나실을 빠져나오는 1백50여명의 의대생들과 인턴.레지던트.교수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다.
이날은 광대 분장으로 환자들의 영혼까지 치료하고자 했던 한 실존 의사의 인생을 화면에 그려낸 영화 '패치 아담스' 의 시사회가 있던 날. 이 대학 전공의협의회 (회장 韓相雄)가 오는 3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를 의대 관계자들에게 보여줘 올바른 의사상 (像) 을 정립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9시에 끝난 2회 상영까지 합치면 영화를 관람한 인원은 모두 2백50여명.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내용에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람료 전액을 이 병원에서 투병생활중인 소아암 환자에게 전하기로 했기 때문.
지위와 신분에 따라 적절한 관람료를 내기로 한 결과 대학생과 인턴.레지던트는 물론 안경성 (安慶星) 의료원장 등 15명의 교수들도 동참, 목표액을 웃도는 3백20여만원을 모았다.
기금은 3개월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세살배기 尹호성군에게 전달됐다.
이 돈은 세차례 정도의 항암제를 투여받을 수 있는 비용이지만 치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尹군의 부모로서는 너무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영화 감상을 통해 만나고 있는 환자를 직접 도울 수 있어 기쁘다" 는 이 학교 의대생 한기영 (韓基英.25.본과 3년) 씨는 "제대로 된 의사라면 환자를 단순히 치료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관계로 만나야 함을 느꼈다" 고 말했다.
배익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