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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백화점·할인점 12곳 출혈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분당에 사는 주부 김은정 (29) 씨는 요즘 시장에 갈 맛이 난다. 롯데가 운영하는 할인점인 마그넷 서현점이 지난달 28일 문을 연 이후 주변 점포.시장들이 앞다퉈 생필품 값을 내리고 있기 때문.

이 지역에서는 애경의 퍼펙트 세제 (3.75㎏) 를 8천2백50원에 팔았으나 마그넷 개점과 더불어 8천2백40원으로 내렸고, E마트는 7천5백원까지 인하했다.

더구나 1일 롯데백화점 분당점이 문을 열면서 고급 브랜드 제품에 대한 선택의 폭이 활짝 넓어졌다.

분당에서는 유명 브랜드 의류와 수입 가전 등은 삼성플라자.뉴코아.롯데 등 백화점에서 사고, 먹을 거리와 주방.세제류 등 생활용품.중저가 의류는 할인점을 찾는 쇼핑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 하지만 이곳에 입주한 업체들은 출혈경쟁으로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과포화 상태인 분당지역을 벗어나 수지.용인.수원.광주 등 주변 지역을 '분당 상권' 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판촉전을 펴고 있다.

◇ 끝없는 가격전쟁 = 가격전쟁은 할인점에서부터 먼저 시작됐다. 샘표 양조간장 (1.8ℓ들이) 의 경우 종전엔 4천5백80원에 팔았으나 마그넷이 문을 열면서 7백원을 내린 3천8백80원을 가격으로 제시했다.

이에 질세라 '최저가격 보상제' 를 실시하고 있는 E마트가 당장 이 날짜로 3천8백80원으로 가격을 조정한 뒤 지난달 31일 2백원을 더 내린 3천6백80원에 팔겠다고 광고전단을 돌렸다.

이에 '맞불작전' 에 나선 마그넷은 10원을 더 내린 3천6백70원에 팔고 있다.

뉴코아 킴스클럽의 한 관계자는 "롯데 출점을 앞두고 배추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가격도 포기당 5백원에서 3백원으로 낮춰 팔았으나 마그넷 서현점이 포기당 1백원씩 한정판매를 실시하는 바람에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수도 없어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 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적인 봄 정기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도 가격경쟁에 나섰다. 롯데의 경우 40여개에 불과하던 값싼 기획상품을 앞으로는 1백여개로 늘리는 등 초특가 상품을 대거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세일에 들어간 삼성플라자는 8일까지 '삼성.LG 가전명품 특별전' 을 열어 기획상품을 파격가로 제공하는가 하면 지하1층 식품관에선 품목을 바꿔가며 염가로 일일 한정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가 '깜짝 놀랄 경품을 준비해 놓았다' 는 말이 나도는 가운데 삼성플라자는 5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삼성의 '케녹스' 카메라를 제공하는 등 경품.사은품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주변 상권과 경쟁 = 분당지역 유통업체들이 이같이 사활을 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40만명 (12만가구) 의 인구가 상주하는 분당의 경우 백화점 1개, 할인점 2개 정도가 적정 규모' 라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설명. 그러나 이 지역은 현재 백화점 5개.할인점 7개가 난립, 과포화 상태를 빚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과열.출혈경쟁으로 인한 수지악화로 2~3년내 문을 닫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1백만~1백50만명의 인구가 상주하는 수지.수원.용인.광주 등지로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미 일부 백화점들은 강남구 개포동.용인 등에 운행하고 있는 셔틀버스 노선을 연장하거나 증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구 성남에 자리잡고 있는 한신코아 관계자는 "분당지역 유통업체의 공세가 걱정된다" 며 "한신은 셔틀버스 운행 범위를 성남시내로 제한해 회차율을 높이는 등 기존 상권의 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 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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