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방과후교육도 돈들어 시골학교선 되레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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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학교에서는 많은 잡무로 교사들이 시달리고 있다.

기존의 업무량에다 새로 추가되는 업무가 고스란히 교사들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중 한가지가 바로 방과후 교육활동의 다른 이름인 특기.적성교육이다.

교육부에서는 이를 사교육비 절감의 최고 방편이라며 실시하려 하고 있지만 그 부작용은 크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시골에 있는 조그마한 학교다.

평소에도 대부분의 가정은 학원에 다니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특기.적성교육을 무조건 전국에 있는 학교마다 의무적으로 실시하라고 교육부가 지시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 들어가는 돈의 반은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학부모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학생수가 많은 도시학교에서는 반에서 몇 명씩만 참가해도 강사 비용이 충당된다.

하지만 기껏해야 한 반에 15명 남짓 되는 시골학교는 그만큼 학부모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 절감이 아니라 오히려 공교육이 이전에는 없었던 사교육비를 만들어내는 모순을 낳고 있는 것이다.

특기.적성교육이 사교육비와는 거리가 멀게 지내온 시골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인지 교육부는 곰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유기철 <대전시서구도마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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