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정몽준 힘 실어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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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첫 조찬 회동을 한다. 공식 취임 이튿날 이 대통령이 정 대표를 만나는 것은 ‘정몽준 체제’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당이 조기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아들’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정 대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여섯째 아들이다. 또 이 대통령은 정 회장을 27년 동안이나 보좌하며 ‘현대 신화’를 함께 일군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기업에 몸담고 있던 시절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1992년 이 대통령은 정 회장의 국민당에 합류하는 대신 민자당 행을 선택했고, 이후 현대가(家)의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의 관계는 계속 서먹서먹했다.

당시엔 ‘이명박 의원(전국구)이 김영삼 대통령 후보에게 정주영 대선 후보의 약점을 알려준다’는 악소문까지 돌았고, 이 대통령은 2002년 1월에 쓴 에세이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에서 “정주영 후보의 개인적 결함과 사생활을 비난하는 TV 찬조연설을 하라는 민자당 선대위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며 이런 소문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오해와 섭섭함이 낳은 불편한 관계는 정 대표가 16년간의 무소속 생활을 청산하고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이명박 지지’를 선언하면서 일거에 개선됐다. 92년 이후 단 한 번도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일대 사건이었다. 정몽준 대표는 입당 이후 울산·강원·충북·경북 지역을 훑으며 지원유세에 열중했다. 대선 승리 직후 이 대통령은 정 대표를 미국 특사로 보내 신임을 표시했다. 또 지난 2월엔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청와대에서 단둘이 만난 사실이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우여곡절의 인연을 가진 두 사람이 이제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서 국정을 함께 이끌게 된 것이다.

◆민주당 “대한민국 현대가가 지배하나” 맹공=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8일 “대통령도 현대 출신 CEO(최고경영자)이고, 한나라당 대표는 현대가의 오너 출신”이라며 “현대가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 아닌가 의아하다”고 논평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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