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3일 의원 워크숍에서 조기 전당대회론이 나오는 등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진 게 계기가 됐다. 이날 식사 자리에선 “정부가 어떻게 100% 잘못된 정책을 하겠느냐. 미디어법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생활정치 이슈를 찾아야 한다” “피켓 시위는 억지스러웠다. 사안별로 세련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보수 언론을 무작정 적으로 돌려선 안 된다” “야권 통합에 선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등 의원들의 고언이 쏟아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성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인물난을 지적하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적극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세균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는 배경은 정운찬 총리후보 지명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여권의 중도·실용 드라이브의 영향이 컸다. 10월 재·보선이 임박한 시점이라 의원들의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여권은 중간층을 공략해 들어오고 복수의 대권 후보군이 형성되고 있는데 민주당은 비전 없이 표류하는 느낌”이라며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서거 국면에서 반짝 관심을 받았지만 남은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세력 간 지분싸움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리더십을 둘러싼 주도권 쟁탈전 양상이 겹쳐 있다. 정 대표 등은 호남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친노 세력 등 비호남 세력 통합을 우선 과제로 여기는 반면, 박주선 최고위원 등은 정동영 의원과 동교동계를 포함한 동시 일괄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정 대표가 지난 1년2개월 임기와는 차원이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대(對)정운찬 공세 시동=민주당은 21~22일로 예정된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반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그에 대해 “학자로서 논문검증을 해보려고 했더니 20여 년간 논문을 한 편도 안 썼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총장 재직 기간(2002~2006년) 동안 논문을 제대로 못 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의 기간엔 매년 1~2편씩은 썼다”며 “논문 편수보다 논문의 질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편 “정 후보자가 2000년 국내 학술지에 다른 교수 3명과 함께 낸 논문을 이듬해 영문 학술지에 제목을 달리해 실어 ‘이중 게재’ 의혹이 일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논문을 본 영문 학술지 측이 영어로 싣자고 제안해와 공동 저자명을 모두 밝히고 게재한 것”이라며 “이중 게재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임장혁·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