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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서 울고 아쉬움에 울고 눈물바다 된 한국 여자양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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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국을 대표하는 막내 여궁사들이 울었다. 한 명은 아쉬워서. 또 한 명은 감격해서. 먼저 눈물을 보인 쪽은 양궁 여자 컴파운드(양끝에 도르래가 달린 활) 대표팀이었다. 막내 석지현(19·한국체대)이 먼저 울기 시작하자 동료들과 감독까지 눈물을 훔쳤다.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은 8일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209-215로 러시아에 패했다.

반면 여자 리커브 대표팀은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224-209로 여유 있게 눌렀다. 경기 내내 밝은 표정이었던 17세의 막내 곽예지(대전체고·사진)는 우승이 확정되자 감격했는지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선배 주현정(현대모비스)과 윤옥희(예천군청)는 막내가 귀엽다는 듯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컴파운드의 눈물=2엔드까지 한국은 113-105로 여유 있게 앞서 갔다. 하지만 올림픽 종목이 아닌 컴파운드에 대한 지원이 열악하다 보니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게 문제였다.

석지현은 3엔드에서 앞선 발사자 서정희(청원군청)가 밖으로 완전히 나오기 전에 발사선에 섰다.

규정 위반이었지만 경험 부족으로 잘 몰랐고,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거푸 옐로 카드를 받았다. 이러다 보니 3엔드 마지막 발사자 권오향(울산남구청)이 시간에 쫓겼고, 허겁지겁 쏜 화살은 과녁을 맞히지도 못했다. 0점 처리.

한국은 순식간에 리드를 빼앗겼고, 끝내 이를 뒤집지 못했다. 신현종 감독은 “지현이에게 뒤로 나오라고 소리쳤지만 듣지 못했다. 열악한 현실에서도 세계 정상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수확”이라고 말했다.

◆리커브의 눈물=여자 리커브는 ‘세계 최강’의 명성 그대로였다. 베테랑 박성현(전북도청)이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고교생 곽예지가 그 자리를 대신해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국이 3엔드까지 10점을 앞서 가자 일본은 일찌감치 기세가 꺾였다. 그러나 한국은 4엔드 마지막 3발을 9점·9점·10점으로 장식하며 ‘확인 사살’했다. 경기 직후 여고생답게 감격의 눈물을 흘린 곽예지의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이었다. 곽예지는 차가운 승부사로 불리는 기존 한국 여자 선수들과 달리 감성이 풍부해 ‘4차원 소녀’로 불린다. 여자 리커브는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4연패와 역대 11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남자 리커브는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222-220으로 꺾었다. 4엔드 중반까지 192-193으로 뒤처졌던 남자 대표팀은 마지막 3발에서 임동현(청주시청)·이창환(두산중공업)·오진혁(농수산홈쇼핑)이 모두 10점을 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5연패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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