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안신협 직원이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설레임 쿠폰左과 통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송금 수수료가 면제되는 설레임 쿠폰은 첫 거래를 튼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만들었다. 통장에 찍힌 얼굴 사진은 고객별로 지정된 자산관리 도우미다. [김경빈 기자]
경기도 수원의 장안신협 직원들은 주말이면 1박2일 맛 기행을 가곤 한다. 식도락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박영균 전무는 “유명한 식당 주인들은 식당 운영에 온몸을 던진다”며 “그 정신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들은 늦은 밤 수원역 노숙자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새벽 어스름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도 간다. 임신한 여직원은 회사 비용으로 임신·출산 박람회에 간다. 임산부의 눈으로 보면 더 많은 걸 배워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 전무는 “금융업을 하는 사람이 금융만 쳐다보면 안 된다”며 “세상 모든 것이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1년에 한 번 이상 벤치마킹 여행을 가는 게 의무다.
꾸준히 쌓은 내공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1~8월 순익은 38억원이다. 전국 신협 중 1위다. 다른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영업으로 이룬 성과다. 자산은 5년 새 세 배가 됐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 신협은 1995년 금융사고로 이사장과 직원이 구속된 곳이다.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 팽팽한 긴장감과 위기의식이 직원들을 뭉치게 했다.
간식도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중장년층 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해 고구마도 찐다. 뻥튀기 기계는 아예 사들여 돌리고 있다.
고객들에겐 전담 자산관리 도우미를 한 명씩 붙박이로 붙여줬다. 직원 인사이동이 잦은 시중은행과 달리 직원이 계속 한 신협에서 근무하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대출은 겉이 아니라 속을 보고 해준다. 빚 보증에 가압류가 된 집에도, 경매 위기에 처한 집에도 대출이 되곤 한다. 그렇다고 허투루 해주는 건 아니다. 집에도 찾아가고, 살림이 어려워진 이유를 꼼꼼히 따진다. 컴퓨터로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대출 심사를 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부실여신 비율은 0.01%다.
글=김영훈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