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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체조요정의 '코리안드림'-에버랜드의 안나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여건만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요. " 용인 에버랜드에서 리듬댄서 겸 뮤지컬 배우로 활약중인 불가리아 태생의 안나 앤구엘로바 (21) 의 소망이다.

3년째 이곳에서 '코리안 드림' 에 젖어 살다보니 어느덧 한국사람들에게 정이 들어 아예 이곳에 눌러살고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나는 지난 연말 동료 외국인 단원 10여명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의 아동 보호시설인 '소망원' 을 찾아 위문공연을 한데 이어 앞으로도 매년 두차례씩 불우 어린이 시설을 찾아가 공연키로 하는 등 '한국인 이웃' 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15세때인 지난 92년 파리 세계리듬체조 선수권대회와 유럽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리듬체조선수였던 안나가 한국을 찾은 건 지난 96년 10월. 95년 3월 연습 도중 척추부상으로 '더 이상 선수생활이 곤란하다' 는 판정을 받고 실의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에버랜드 공연단 관계자가 찾아간 것이 계기였다.

때마침 리듬댄서를 찾고 있던 에버랜드측이 불가리아 언론과 체육.예술인들을 통해 안나의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찾아간 것이다.

안나는 이 자리에서 선수생활의 미련을 버리고 제2의 인생을 뮤지컬에 걸겠다며 그 자리에서 흔쾌히 '한국행' 을 결심했다.

안나가 짧은 한국생활에 비해 발빠르게 적응한 것은 매사에 적극적인 데다 쾌활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 때문.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토끼.호랑이 등 동물 가면을 쓰거나 몸에 장치를 하는 역을 아주 싫어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어떠한 배역도 마다하지 않는 적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단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지난번 시행된 평가 오디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요즘도 그녀는 '뮤지컬 챔피언' 이 되기 위해 공연시간을 제외하곤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기호 (李基鎬.34)에버랜드 공연단 감독은 "밤잠을 설치는 연습으로 안나가 머지않아 뮤지컬 배우로 또 한차례 명성을 떨칠 것" 이라고 말했다.

용인 =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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