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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매춘지대…이태원 밤길 매춘 러시아여인 활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28일 오전 1시쯤 서울용산구이태원동 H호텔 건너편 유흥가.

요란스런 조명이 눈부시게 번쩍이던 이곳에 취재진이 도착하자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사내가 다가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은밀히 말을 건넸다.

"러시아 여자 찾으세요?" 취재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인근 S단란주점의 모퉁이 방으로 안내했다.

잠시후 사장이라며 40대 여성이 들어와 "요즘은 러시아 여자를 찾는 사람이 많아 한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특히 금.토요일은 정신없을 정도" 라며 양해를 구했다.

오전 2시쯤. 짧은 치마를 입은 금발과 검은색 머리의 러시아 여성 두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20세와 22세라고 소개한 이들은 한국에 온 지 두달밖에 안됐는데도 "술 드세요" "노래 불러요" 같은 간단한 한국말을 곧잘 했다.

서울시내 중심가인 이태원에서 러시아 여성들의 매춘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곳 업주들에 따르면 러시아 여성들이 이태원 유흥가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께로 현재 1백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 현황 = 러시아 여성들은 중개인을 통해 관광 (15일) 이나 초청 (3개월) 비자를 받고 입국, 한국과 러시아를 왕복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매니저로 불리는 인물을 통해 핸드폰으로 손님을 만나는 점조직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

일부는 인근 R.K 등 나이트클럽과 카페 등지에서 한국인은 물론 미군과 즉석에서 눈을 맞추는 호객행위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러시아 경제사정이 지난해 모라토리엄 (지불유예)에 몰렸을 정도로 악화돼 일자리를 잃은 러시아 여성들이 매춘을 해서라도 돈을 벌고자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이 하바로프스크.노보시비르스크 등 한국과 가까운 러시아 극동지역 출신이어서 30만원 안팎인 화대중 60% 정도를 일당으로 챙기면 하룻밤만 일해도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 선택의 이유가 되고 있다.

◇ 문제점 = 러시아 출신 매춘 여성이 늘면서 이들간의 영역다툼이 치열하고 이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폭력배들도 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은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3일 동료 러시아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 (강도살인) 로 러시아인 베드넨코 (23.여)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오전 5시30분쯤 이태원 V나이트클럽 주차장에서 "영업구역을 침범하지 말라" 던 러시아 여성 타티아나 (23) 를 흉기로 난자해 숨지게 한 혐의다.

또 경찰청 외사3과는 28일 러시아 여성을 협박, 윤락을 강요하고 금품을 뜯어온 혐의 (폭력 등) 로 유흥업소 영업부장 林모 (29) 씨를 구속했다.

배익준.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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