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신세진 대학식당에 첫월급 '장미꽃 보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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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9일 오전 강원대 학생식당인 '백록관' 종업원들은 사장 최호민 (崔浩敏.41) 씨로부터 각각 수건 한 세트와 함께 빨간 장미꽃 한송이씩을 받고 어리둥절해했다.

난데없는 선물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종업원들은 崔씨로부터 '장미꽃 사연' 을 전해듣고 미소를 지었다.

선물은 식당을 2년여 동안 이용했던 한 졸업생이 전날 식당을 찾아 "아줌마들에게 진 신세에 대한 조그마한 정성" 이라며 崔씨에게 맡기고 간 것이다.

이 졸업생은 올해 대전 모 고교 영어교사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다고만 할 뿐 자신의 신원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금세 그가 누군인지 알아차렸다.

"2년전 졸업했으나 IMF 한파로 취직이 안돼 매끼니를 학생식당에서 때웠던 꺼칠하기만 했던 친구 - ." 종업원들은 그가 옷치레는 말할 것도 없고 한끼 1천1백원 하는 식비를 마련키 위해 막노동하느라 때때로 식당을 거르는 사정을 알게 된 뒤부터 나름대로 정성을 쏟았다.

식사 때마다 늘 두사람 몫의 밥을 가져갔지만 눈치 한번 주지 않았고 모자라는 반찬을 챙겨줬다.

이 때문에 종업원들은 그가 첫 월급으로 마련한 선물을 전달하면서도 "그때 아줌마들의 따뜻한 배려가 아니었다면 일어설 수 없었을 것" 이라고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자못 친아들한테 선물을 받은 것처럼 대견해 했다.

종업원 尹창림 (48.여) 씨는 "한동안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취직이 돼 꽃선물까지 하다니 기쁘기 한량없다" 며 감격스러워했다.

춘천 =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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