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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인] 맥도날드 CEO 잭 그린버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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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화를 위해선 각 지역별 특성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 세계 1백15개국에서 2만5천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다국적기업 맥도널드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 (CEO) 잭 그린버그 (56.사진) 의 영업 전략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너나없이 세계 표준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그는 "적어도 음식에서만큼은 각 지역의 고유한 맛을 살려야 한다" 고 주장한다.

오스트리아에선 '비엔나 커피' 를 메뉴에 추가하는가 하면 한국에선 '불고기 버거' 를 내놓는 식이다. 특히 경제난으로 구매력이 떨어진 인도네시아에서는 감자 튀김을 인도네시아식 밥으로 재빨리 대체해 매출 감소를 막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맥도널드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아시아 지역의 비중은 아시아 경제위기 전과 마찬가지로 9~10% 선을 유지하고 있다. 코카콜라.프록터 앤드 갬블 (P&G) 등 대표적 다국적 기업들이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메뉴 뿐 아니라 경영에서도 그는 과감하게 각 지역 본부와 매장에 결정권을 위임했다.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만이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는 것이 그의 지론. 이에 따라 각 지역 프랜차이즈에서 자체적으로 재료 공급자를 선정토록 했으며 회계도 달러가 아닌 현지 화폐로 하도록 했다.

그는 "분권화는 결코 혼란과 무정부 상태를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효율을 증대시킨다" 고 말한다. 그는 창사 이후 50년 동안 단 한번의 해고도 없었던 맥도널드의 전통을 과감히 허물었다.

비대해진 본사의 군살을 빼기 위해 지난해 8월 취임 직후 본사 인력의 23%에 해당하는 5백25명을 해고했다.

사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맥도널드는 위기에 처했었다. 96년 이후 매출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된데다 아시아 경제위기까지 겹친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역별 특성화.분권화 전략을 밀어 붙여 지난해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 시장 점유율을 최근 10년래 최고 수준인 43%로 끌어올렸다. 미국 내 이익 증가율은 13%를 기록, 지난 85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맥도널드의 주가는 무려 63%나 뛰어 올랐다.

그린버그 사장은 "앞으로 5년간 이익을 매년 10~15% 증가시킬 것" 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앞으로 3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15억 달러, 중부 유럽에 4억 달러를 투자, 해외사업을 더욱 늘린다는 계획이다.

10년 전 20%에 불과했던 맥도널드의 해외 매출 비중은 현재 60%까지 확대된 상태다.

82년 부사장 겸 회계담당 CEO로 맥도널드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미국 담당 회장 등을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드폴대 상대를 나온 그는 법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졸업 후에는 공인회계사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딕 맥도날드와 맥 맥도날드 형제가 48년 캘리포니아에서 설립한 햄버거 가게가 출발점. 55년 분쇄기 판매상이었던 레이 크록과 손잡으면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시대를 열었고, 67년부터 해외에 진출했다.

현재 세계 패스트푸드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하루 5천만개 이상의 햄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만 3백20조원에 이른다.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매장 아르바이트 출신이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백24억 달러, 순이익 15억 달러.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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