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국민 66% '공습반대'…이탈리아.佛서도 중단 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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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럽인들 사이에 전쟁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공습 초기만 해도 나토 행위에 별 거부감이 없던 유럽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찬.반 양론으로 뚜렷이 갈리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반대의견이 찬성의견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공군력을 파견한 영국의 경우 국민의 절대다수가 공습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습 사흘째를 맞아 공영방송인 B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2가 반대하고 있다.

이번 공습에 중요한 발진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조속한 공습중단과 협상재개를 촉구하는 의회 결의안이 채택됐다.

취약한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는 마시모 달레마 총리로선 공산당 등 소수 연립 파트너들의 전쟁 반대의견을 무시하다가는 정권붕괴를 우려해야 할 처지다.

달레마는 이번 작전과 관련, 42기의 이탈리아 공군기가 나토군에 편입돼 있지만 실제 공습에는 일절 참여치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도 좌파연합내 녹색당과 공산당이 "증오는 또다른 증오를 불러일으킬 뿐" 이라며 공습 중지를 요구, 곤욕을 치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같은 노동당내 극좌파 인사들에 의해 코너에 몰려 있다.

당내 극좌세력을 대표하는 토니 벤 의원은 "유고 공습은 인도주의를 내세운 침략전쟁" 이라면서 '수치와 혐오감' 을 표시했다.

보수당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대중지인 미러는 블레어 총리를 미국의 '시동 (侍童)' 이라고 몰아붙였다.

유일하게 독일에서만 국론이 통일돼 있다.

2차대전후 최초의 국외 참전인 이번 공습에 옛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만 빼놓고 여야 모든 정당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공습이 장기화하고 피해가 커지면 유럽내 반대여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지상군 투입논의는 유럽내 여론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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