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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도시들] 5. 소피아 앙티폴리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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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중해변의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 코트 다쥐르 국제공항을 벗어나면 바로 8번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니스에서 칸.툴롱.마르세유로 이어지는 리비에라 해안을 따라 동서 (東西) 로 뻗은 고속도로다.

온화한 날씨다.

왼편으로는 쪽빛 지중해가 끝없이 펼쳐지고 오른편으로는 남부 알프스의 눈덮인 고봉 (高峰) 들이 멀리 눈에 들어온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지 15분. 목적지로 빠지는 출구를 알리는 커다란 이정표가 부딪칠 듯 달려온다.

니스 국제공항에서 소피아 앙티폴리스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꼭 20분.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펼쳐진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첫 인상은 공원이다.

곳곳이 숲이다.

그 사이로 이리저리 길이 나있고 그 길을 따라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다.

겉만 봐서는 '유럽의 실리콘 밸리' 를 실감키 어렵다.

그리스어로 '배후의 지식도시' 를 뜻하는 이름 자체가 암시하듯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계획적으로 조성된 과학도시다.

유럽 최초.최대의 정보통신 분야 테크노폴인 이곳은 과학공원 도시의 모델로 꼽힌다.

전체면적 2천3백㏊ (약 7백만평) 가운데 3분의2가 보존녹지다.

나머지에 연구소.기업.학교.상가와 주거시설.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올해로 개발 30주년을 맞는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프랑스, 나아가 유럽의 '부활' 을 상징한다.

다시 역사의 전면에 서고자 하는 유럽의 희망이 이 도시에 담겨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입주해 있는 기관수는 지난해말 현재 1천1백3개. 정보.통신분야가 단연 주축이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전체 고용인력 1만8천5백명의 43%인 7천9백명이 2백77개의 크고 작은 정보.통신분야 기업과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AT&T . 컴팩 . 휴렛패커드 . 콤파스 . 앤더슨 컨설팅 등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의 유럽지역 연구센터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 입주기관의 10%인 1백5개가 외국기업으로 전체 고용의 24%를 흡수하고 있으며 63개 국적의 첨단분야 전문인력이 밀집해 있다.

이곳은 관광업이 경제활동의 전부였던 지역. 이런 천혜의 기후조건과 자연환경에 첨단 과학기술단지를 건설한다는 '엉뚱한' 구상은 이곳 출신 한 공학자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공 계통의 프랑스 명문 고등 교육기관인 파리국립고등광산학교 (ENSMP) 교수였던 피에르 라피트 박사가 60년대초 처음 아이디어를 냈다.

이 구상은 지역개발을 중시한 당시 샤를 드골 정권의 분권주의 정책과 맞아떨어져 69년 개발의 첫 삽이 떠졌다.

첫 입주기관으로 ENSMP 분교와 연구소가 소피아 앙티폴리스에 문을 열던 72년 중앙정부 산하 국토개발청 (DATAR) 은 도단위 행정구역인 알프 마리팀 안의 앙티브. 발본. 무쟁 . 비오트. 발로리스 등 5개 코뮨 (최소 행정단위)에 걸쳐 단지를 확정했다.

그후 중앙정부는 측면지원만 맡고 실제 개발은 철저히 지방정부 주도로 이뤄져 왔다.

개발계획을 집행하고 단지를 관리하는 실무는 도 의회와 지역 상의가 공동 설립한 반관반민 (半官半民) 성격의 합영회사인 SAEM이 맡고 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입주기관수는 최근 10년새 4백개가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후면 포화상태에 달할 것으로 SAEM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비해 SAEM은 추가로 인근 4개 코뮨에 걸쳐 1천7백㏊를 확장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세계 항공예약시스템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아마데우스사의 소프트웨어 개발본부와 마케팅본부가 이곳에 있다.

유럽의 4개국 합작기업인 이 회사의 클로드 드메스테르 마케팅 담당이사는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성공배경으로 인프라와 입지조건 두가지를 꼽는다.

프랑스 제2의 국제공항인 니스 공항이 지근거리에 있어 소피아 앙티폴리스와 유럽의 웬만한 도시는 1일 출장권에 든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와도 매일 정기 항공편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통신 인프라. 소피아 앙티폴리스 지하에 깔린 5백60㎞의 광케이블과 디지털 전용선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망.위성시설 등 최고 수준의 통신을 보장하고 있다.

SAEM의 자크 마스분지 개발담당 이사는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전략개념을 '시너지 효과' 로 정의한다.

한 단지 내에 정보통신 분야의 다양한 기업과 연구소.교육기관을 집결시켜 기술혁신과 인력관리에서 상호보완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CNRS) . 국립통신연구센터 (CNET) . 유럽통신표준연구소 (ETSI) 같은 각종 연구소와 국립고등정보과학대학 (ESSI) . 유레콤 (EURECOM) 등 최고 수준의 전문 교육기관 등 모두 64개 기관이 연구.교육을 목적으로 입주해 있다.

프로젝트 용역사업을 통해 입주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건 물론이고 매년 이곳에서 배출되는 3천5백명의 졸업생들은 고급 전문인력의 텃밭이 되고 있다.

또 기업들끼리도 '텔레콤 밸리 협회' '데이터베이스 포럼' 같은 자생적 모임을 결성,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 =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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