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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전통 ‘키부츠’도 사유제 도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90년 전통의 키부츠(이스라엘 집단농장)가 경영난으로 집단노동·공동소유 방식을 포기하고 사유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가 7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키부츠인 ‘에인 하로드’는 최근 총회에서 회원 350명 가운데 335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79%가 사유화 체제를 찬성했다. 키부츠 측은 회원들의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기준을 만들고 내년 초부터 사유재산제에 기초해 운영하기로 했다. 에인 하로드의 이프타 아마니 대표는 “공동체가 담당했던 교육·의료비는 회원들이 자비로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온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돼 만들어진 키부츠는 이스라엘 재건의 발판이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공동 생산·공동 분배를 추구하는 공동체였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우후죽순 생겨나 최전성기였던 70년대에는 260여 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침체를 거듭하다 2007년부터 민영·사유화로 노선을 바꾸기 시작했다. 현재 전통적인 키부츠는 30여 개만 남아 있다.

사유화 시스템의 도입 이후 키부츠들이 도입한 성장 모델은 관광업이다. 키부츠가 있는 지역은 주로 갈릴리 호수·사막·지중해 연안이어서 관광 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전통 명절인 유월절 전후에는 키부츠의 모든 방이 사전 예약되는 등 큰 인기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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