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큰형님 윤경신 - 조치효 “후배들아 우리도 좀 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조치효

“후배들아, 나도 좀 쉬자. 너희들이 스타 좀 돼주렴.”

한국에서 핸드볼 스타가 되기는 무척 어렵다. 워낙 비인기 종목이라 올림픽 등 큰 대회가 아니면 좀처럼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스타가 될 수 있을까. 올림픽에 여러 번 나가 메달을 몇 개 목에 걸거나 유럽 핸드볼리그에 진출해 큰 활약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의 핸드볼 스타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나이가 무척 많은 편이다. 나이 마흔. 웬만한 종목이라면 은퇴를 했거나 바라볼 나이다. 하지만 핸드볼에서는 스타 반열에 접어드는 시기다.

7일 시작된 ‘2009 다이소 핸드볼 슈퍼리그 코리아’ 챔피언결정전은 한국 나이로 40이 가까운 두 스타, 윤경신(37·두산)과 조치효(39·인천도시개발공사)의 인기로 뜨거웠다. 체육관에 나붙은 플래카드에는 어김없이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무대에서 수년간 한국 핸드볼을 빛냈던 이들은 올 시즌 직전 귀국해 파워풀한 슈팅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핸드볼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1996년부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윤경신은 12시즌 동안 최우수선수(MVP) 두 차례, 득점왕에 일곱 차례나 올랐다. 독일 내 여행사·은행 등의 광고에도 출연한 ‘유럽판 한류 스타’였다.

윤경신보다 2년 앞서 스위스리그에 진출했던 조치효 역시 스위스에서 활약한 12시즌 중 여덟 차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핸드볼 인기가 높은 스위스에서 그 역시 숱한 광고에 얼굴을 내미는 등 스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핸드볼계의 부름을 받고 올해 초 귀국한 이들 눈에 비친 한국 핸드볼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관중석은 텅텅 비기 일쑤였고, 경기 전 몸을 풀 만한 곳은 코트 밖 복도뿐이었다. 조치효가 “첫 경기 땐 썰렁한 국내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됐다. 경기를 하고 있는 건지 훈련을 하는 건지 실감이 안 났다”고 털어놓자, 윤경신은 “아직 쓸쓸하지만 차츰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힘을 얻는다. 분데스리가처럼 연고제가 정착되면 한국도 많이 달라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뛰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 동안 이들이 이루고 싶은 건 득점왕도 팀의 우승도 아니다. 오로지 핸드볼 인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윤경신은 “내가 한발 더 뛰어 핸드볼 팬이 늘어난다면 쓰러지더라도 코트를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치효는 “젊고 힘 있는 후배들이 많이 나와서 스타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들을 잘 뒷받침해 핸드볼 붐을 일으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온누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