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년제 대학 약점이요? 2년 먼저 사회진출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중학교까지 육상 선수로 뛰었던 이현씨. 내년 2월 대학 문을 나서는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촬영 협조=효창운동장]

이현(22)씨는 ‘독종’이다. 목표를 세우면 이를 이루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다. 군 시절 훈련소 조교였던 그는 다른 이들 앞에 서는 것을 꺼리는 성격을 고치기 위해 매번 시범을 자청해 자신감을 키웠다. 제대할 무렵에는 조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만 주는 ‘우수조교’ 표창장까지 받았다.

이 같은 노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은 강인한 체력이다. 그는 중학교 졸업 때까지 육상선수로 활동했다. 중장거리(800·1600·3000· 4000m)가 그의 주 종목. 서울시 육상대회에서도 상위권에 입상했다. 그는 “육상을 하면서 끈기와 승부근성을 배웠다”고 말한다. 지금도 매일 집 앞 공원을 달리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일에선 독하지만, 따뜻한 사람이다. 사람들과 만나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고교 시절에는 ‘왕따’로 겉돌던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대학에서도 매년 과 대표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학교에서 열린 모의면접 대회에선 450여 명 중 1위를 차지한 경험도 있다.

그는 영업이나 마케팅 관련 직업을 갖고 싶어한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승부근성으로 다른 누구보다 나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취업난에서 ‘2년제 대학’ 출신이라는 점은 분명 그에게 약점이다. 그 역시 막연히 다른 선배들처럼 학교의 취업 추천으로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우수한 성적 덕에 취업 추천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정해진 길’을 가기보다 자신이 만든 길을 향해 힘껏 달리겠다는 각오다. 그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배움은 2년 먼저 사회에 진출해 쌓은 실무 경력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이현씨는

학력 부천대학 e-비즈니스학과(2010년 2월 졸업 예정)

학점 3.9(4.5만점)

경력 부천대학 행정인턴(2006년 8~12월)

한일아이디 사무직(2005년 12월~2006년 2월)

기타 육군 병장 전역(2007년 1월~2009년 1월)

희망 직군 마케팅·영업

중앙일보 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이현씨
마케팅 · 영업 왜 지원했는지 분명하게 설명하라

[이번 주 자문단]

천두성 GE코리아 인사담당 이사

삼성GE메디컬시스템에 입사해 인사·재무·6시그마·여신관리과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03년 의료사업부문 인사팀장을 지낸 뒤 2007년부터 GE코리아의 인사부서장을 맡고 있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국내 여성인력의 발굴과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총괄 상무

1998년 인크루트를 공동 창업했다. 명지대 겸임교수, 중부여성발전센터 자문위원, 한국진로교육학회 부회장,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우주인선발위원 등 인력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인재경영의 기술』『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등 인력관리와 관련된 책을 펴냈다.

[STEP 1 서류 집중 분석]

1. 이력서 인사 담당자들은 입사지원 서류에서 의외로 많은 것을 읽어낸다. 이현씨는 20년 전쯤에나 사용했음직한 이력서 양식을 사용하고 있다. 최신의 것은 군번이나 혈액형, 부모님 학력 같은 것을 기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들 정보를 적었다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업데이트되지 않은 이력서 양식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천두성 GE코리아 인사담당 이사는 “오래된 양식의 이력서에 불필요한 정보를 가득 담아 놓는 것보다는 인턴경험이나 수상경력들을 더 소개하는 데 지면을 할애하라”고 조언했다.

이현씨의 이력서.

2. 자기소개서 이현씨는 자신의 장점으로 ‘언변’과 ‘뛰어난 체력’을 꼽고 있다. 쉽게 생각하면 ‘말 잘하고 몸 튼튼하면 영업이나 마케팅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극히 구직자 자신의 입장에서 본 것이다. 건강은 기본이다. 언변이 좋다는 것도 본인이 먼저 내세울 장점은 아니다. 인사담당자들은 “말만 번드레한 사람”이라고 속단할 수 있다.

직무와 관련한 학습상황이나 경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사실 2년제 대학 출신자의 경우 4년제 졸업자보다 구직 준비기간이 짧아 스펙을 쌓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럴수록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경험을 효과적으로 쌓았는지 보여달라. 2년제의 장점에 맞춰 당장에라도 써먹을 수 있는 실무 경험을 쌓아라.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총괄 상무는 “2년제 대학 졸업자일수록 입학 초기부터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경력을 관리해야 한다”며 “일관된 커리어 경로가 있음을 인사담당자들에게 확실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3. 성장과정과 경력 성장배경은 최대한 간단하되 지원분야와의 연관성 위주로 서술하라. 이씨는 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하던 친구를 잘 돌봐서 평생친구로 만든 경험을 적었다.

물론 리더십이나 배려심에 대한 좋은 사례다. 하지만 기업은 ‘착한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라 ‘전문직업인’을 구한다. 입사지원 시점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고교 시절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대학 재학 중이나, 군 복무 시절 등 비교적 가까운 시점의 경험을 소개하는 편이 더 낫다. 학력과 경력에는 어떤 역량을 갖추었는지 지식과 경험을 나눠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자격증이나 전문적인 직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면 차라리 최근에 읽은 책이나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거기에서 어떤 것을 얻었는지 알려라.  

서류 총평 이씨의 지원서는 절대적인 준비가 부족하다. 인상적인 스펙도 쌓지 못했다. 본격적인 구직기간이 짧았던 만큼 경력이 부족한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도 다른 지원자에 미치지 못한다. 이씨는 그러나 컨설팅 직전 “교내 모의 면접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소중한 경험이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구직시장에 나온 이상, 상대는 2, 4년제 학교를 졸업한 구직자 전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공과 취득자격증, 교내외 활동, 수상경력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이중 지원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것을 중심으로 지원서에 적는 것이 좋겠다. 또 2년제 출신이라고 으레지원대상 기업을 낮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취업커뮤니티 활동과 직무 관련 교육을 통해 자신이 준비된 전문가임을 강조해야 한다. 이현씨는 지원분야에 대해 막연하게 ‘마케팅’ ‘영업’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왜 이 분야에 지원했는지 좀 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크루트 서 상무는 “마케팅 직군도 산업·기업별로 그 직무정의와 신입사원에 대한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라며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원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개념부터 명확히 하라”고 권했다.

듣는 자세는 좋은데, 말끝 흐리지 말길

[STEP 2 면접 집중 분석]

Q 지원자는 스스로 어떤 점에서 마케팅에 적합한가.

A 마케팅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 분야다. 조교로 군생활을 하면서 1만2000명이 넘는 훈련병과 대화하고 이들을 상담했다. (잠시 머뭇거린 뒤) 더 많은 사람을 접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

▶ 지원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멋있게 말을 하려 한다는 점이다. 멋있는 어휘를 생각하다 보니 정작 대답이 끊기기도 한다. 이현 씨는 질문의 의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마케팅 일반론에 대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기도 했다. 차라리 “사람 만나는 거, 사귀는 거, 돕는 걸 좋아한다”는 식으로 짧고 쉽게 말하라.

Q 전공을 소개해 달라.

A E-비즈니스 학과는 경영학에서 파생된 하위 분야다. 학교에선 경영학원론·재무·회계 등을 대략적으로 훑었다. 실무 분야로 컴퓨터 하드웨어와 프로그래밍, C++·ASP·XML 등을 배운다. 교육학 관련 과목을 추가로 수강하면 실기 교사 자격증을 딸 수도 있다.

▶ 답변도 기술이다. 4년제 대학에는 E-비즈니스 학과처럼 실무에 특화된 학과가 드물다. 2년제 출신인 만큼 당장 실무에 능하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현 씨는 이런 기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의 전공을 두고 ‘경영학의 하위 분야’ ‘훑었다’ 등의 부정적인 어휘를 사용했다. 차라리 주요 커리큘럼을 먼저 소개하라. 학교에서 전문지식을 충분히 쌓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Q 장점으로 본인의 언변을 꼽았는데.

A 마케팅이나 세일즈 모두 사람을 만나 호감을 얻고 상품을 판매하는 직종이다. 언변을 쌓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 말을 잘한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면접관이 알아줘야지 구직자가 먼저 얘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기업들도 면접에 대비해 다양한 질문을 구상하고 준비한다. 일부 인터넷 취업 카페에는 면접관이 던진 질문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기업도 지원자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질문 순서와 논리를 만들려 노력한다. 예상 답변만 외운 ‘반쪽 달변가’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Q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두 시간 정도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 주어졌다. 어떻게 할 것인가.

A 평소에도 노래와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한 시간은 운동으로 최대한 땀을 흘리고, 남은 시간 동안은 미친 듯이 노래를 하겠다.

▶ 이현 씨가 질문에 즉답하는 점은 자신감 있고 보기에도 좋다. 물론 스트레스 관리는 취향의 문제다. 하지만 한 가지만 더 생각하면 어떨까. 최대한 땀을 흘리고 고래고래 노래한 다음의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것인가. 상황에 맞춰 꼼꼼하게 생각하자.

Q 2년제 대학을 나왔다. 다른 이들보다 2년쯤 경력이 부족하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떻게 극복하겠나.

A 다른 이들보다 2년 더 일찍 실무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먼저 사회에 나와 가장 중요한 것들만 2년간 더 배우겠다. 필요한 전문지식들은 실무 경험을 쌓는 것과 동시에 따로 배워서 차이를 극복하겠다.

▶ 민감한 질문임에도 좋은 답을 했다. 학교에서 2년 더 배우는 것과 사회에서 2년간 일하며 쌓은 경력을 수평 비교한 점이 인상적이다. 2년제 출신 구직자 스스로 출발선상에서 뒤져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단 자신이 4년제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들과 무작정 경쟁하겠다는 식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전문지식을 키워 더 준비된 사람이라는 점을 객관적인 스펙이나 경력으로 보여달라.

실전 면접 평가 면접장에서 이현 씨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450여 명이 참가한 교내 모의 면접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다. 경쟁 상대는 같은 학교 졸업생만이 아니다. 이현 씨는 면접에 유리한 좋은 자세와 인상을 가졌다. 시선 처리나 면접관의 말을 듣는 자세가 그렇다. 하지만 문제점도 분명하다. 천 이사는 “이현 씨는 모든 답변의 어미에서 말투를 흐리거나 발음을 끄는 습관이 있다”며 “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 듣거나 모의 면접으로 다양한 의견을 들으라”고 조언했다. 서 상무도 “이씨는 답변을 질질 끌며 길게 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다’라고 분명하게 답하라”고 지적했다.

인크루트에서 모의 면접 중인 이현씨.


[STEP 3 총평]

전반적으로 직업적인 목표 의식과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 학력의 문제가 아니다. 이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2년제 대학 출신자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패턴이다. 학교의 구직 추천대로 문제 의식 없이 일자리를 구하는 관행이 굳어져 왔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취업 스터디나 공모전 참가의 기회도 적다. 그럴수록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서류와 면접으로 충분히 알려야 한다. 기회는 분명히 있다. 서 상무는 “2년제 출신자들이 많이 취업하는 중소기업은 높은 스펙보다는 신입사원으로서의 가능성과 가치·태도 등을 중시한다”며 “스펙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분명한 목적 의식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라”고 조언했다.

또 이씨는 구직에 필요한 분명한 전략과 목표도 없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참 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희망 분야 역시 막연하게 ‘마케팅’이다. 이래선 생각이 없어 보인다. “2년의 격차를 따라잡겠다”고 강조했다면 어떻게 따라 잡을지 전략적인 대안을 제시하라. 최종 목표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론 수립은 필수다. 이씨는 사회성이 뛰어나고 시작한 일에 대해선 끝을 보는 끈기가 있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는 취업 전략을 다시 만들라.


청년 취업 프로젝트 신청하세요

■ 신청 방법 중앙일보 일·만·나(일자리 만들기 나누기) 홈페이지(joins.incruit.com)에서 신청하세요. e-메일이나 우편으로 신청하셔도 됩니다. e-메일 주소는, retalia@joongang.co.kr>입니다. 우편접수는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사 편집국 취업섹션 담당자 앞’으로 보내면 됩니다.

■ 준비 사항 취업 때 제출하는 양식과 같은 이력서·자기소개서를 보내 주십시오. 학점, 외국어 능력, 사회봉사활동 경력, 희망하는 직장과 연봉 수준, 취업 전적, 연락처, 경력, 컨설팅을 신청하는 이유와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보완점에 대한 간단한 자기소개서, 이 외에 스스로를 기업에 적극 알릴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면 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