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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이해조부터 80년대 작가까지 20세기 한국문학 집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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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세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200여명이 남긴 모든 글을 집대성한 전집이 나온다.

문학평론가 임헌영(63)씨가 기획한 '범우 비평판 한국문학'(범우사)이 그것. 전집은 작가당 한 권씩 시대 순에 따라 출간된다.

우선 1차분 10권이 출간됐다. 1권 '백세 노승의 미인담(외)'은 주로 독립운동가.역사학자로 다뤄져 온 신채호의 시.소설.비평 등을 모았고, 3권 '홍도화(외)'는 신소설 작가 이해조의 작품을 담았다. 10권 '승방비곡(외)'에선 최독견이라는 낯선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번 전집은 1980년대 작가까지 소화할 계획이다. 대략 이순원.박상우.방현석이 마지막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임씨는 "문학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20세기 우리 문학이 이룩한 성과를 정리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세기 정리'를 위해 임씨가 택한 방식은 기존 한국문학 전집류와는 사뭇 다르다. 시 몇 권이 부록처럼 따라붙고 희곡은 전집에 따라 들어가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는, 소설 위주의 편집에서 벗어났다. 덕분에 아동문학가 방정환, 국어학자 이희승 등도 전집에 포함될 예정이다.

또 한 작가가 남긴 모든 글을 수록하는 방식을 취했다. 소설.시.평론부터 시조.수필.기행문.전기.유행가 가사.시나리오까지 한 작가의 작품세계는 물론 정신세계의 전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광의의 문학'을 시도한 것이다.

한 권 분량을 넘어서는 작품을 남긴 작가의 경우 일련번호를 붙여 추가로 책을 출간한다. 가령 이번에 출간된 이태준의 '사상의 월야(외)'는 9-①권이 되고, 빠진 작품들은 9-②권, 9-③권으로 발간된다. 결국 전집에 포함되는 작가는 200여명이지만 실제 발행 권수는 작가 숫자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기존 문학사에서 다루지 않은 작가들을 수용한 것도 색다른 점이다. 최독견은 1930년대 활동했던, 대중문학의 비조(鼻祖)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문학사에서는 제외됐었다.

임씨는 "텍스트의 정본을 확정하기 위해 위로는 김윤식씨부터 아래로는 박사과정 연구자까지 해당 분야의 전문가 70여명에게 편집을 맡겨 원고입력.교정을 책임지게 했다"고 말했다.

"현대문학사 100년을 200여명의 작가로 정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임씨는 "45년 이후 작가들은 선별해서 다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45년 이전 작가들은 빠짐없이 다룬다는 얘기다. 한설야.이기영.박태원 등 월북작가도 다뤄진다.

임씨는 "전집의 무게 중심을 45년 이전에 두는 이유는 20~30년대가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얼리즘과 유미주의.모더니즘 등 해방 이후에 진행됐던 모든 문학적 논의가 그 당시 처음 나왔고, 논의의 수준 또한 높았다"고 설명했다.

글=신준봉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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