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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물] 김근태 국민회의 부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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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DJ 이후) 차세대 리더십을 꼽는 월간지 조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집권 가능성을 묻는 항목에서는 15등 안에도 못들었다. … 두 지점의 상충은 현재 나의 위치를 적절히 표현했다고 본다. " 국민회의 김근태 (52.서울 도봉갑) 부총재의 98년 7월 25일자 메모식 일기의 한 구절이다.

'마지막 재야' 출신 정치인의 솔직함이 배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도 지난 85년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의 고문과 두 차례에 걸친 5년간의 감옥생활, 그리고 7년간의 도피생활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일 수 있다.

어쨌든 김대중 대통령의 '젊은층 정계수혈론' 은 수혈 채널을 자임하는 민주.개혁인사 모임들을 물밑에서 주도해 왔던 이 초선 의원의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서울대 상대 65년 입학 학번인 김부총재의 별명은 '공소외' 다.

71년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으로 조영래 (작고.법대).장기표 (법대).이신범 (법대).심재권 (상대) 씨 등 동료들이 다 잡혀갔을 때 그는 뛰어난 '도피술' 로 잡히지 않았다.

70년대 반 (反) 유신투쟁으로 수차례 궐석재판을 받을 때 검사들이 재판정에서 "공소외 김근태는…" 을 하도 많이 외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의 피신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그의 인간성에 매력을 느낀, 보이지 않는 수많은 후원인들의 도움 덕택이었다.

72년 늦깎이 졸업도 잊을 수 없는 서울대 상대 은사들의 노력에 힘입은 것. 당시 졸업사정위원들이었던 변형윤 학장과 이현재 (전 총리) 교무과장.강명규 학생과장은 도피 중인 그를 졸업시키기 위해 다른 학생으로 하여금 졸업 레포트를 대신 제출케 했다.

지난해 국회 재경위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전체 상장기업의 접대비.기밀비 규모를 솜씨있게 뽑아내 각광받기도 했던 김부총재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개혁과 리더십 문제다.

경제문제 토론상대는 경기고.서울대 상대 내리 1년 후배인 정운찬 교수와 동기인 김태동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 그러나 같은 경기고 61회 동기생인 서상목 의원과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은 세풍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달에 한번꼴로 만나는 최장집 교수는 정치개혁.리더십 문제 등을 논의하는 동지적 관계다.

김부총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라퐁텐 전 독일 재무장관, 유키코 일본 아오야마 (靑山) 대 교수 등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친분을 맺는 독특한 '인간관계 방식' 을 갖고 있다.

이런 식으로 관계를 맺은 인사가 국내외 1만3천명에 달한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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