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기업들 발빠른 사업전개·고용창출로 불황타개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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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종업원 50인 이하 소규모 제조업체와 벤처.서비스 업체 등이 주축이 된 소기업 운동이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지난 97년 3월 불과 수십개 소기업 대표들이 전국소기업연합회 (사단법인) 란 단체를 결성하면서 싹트기 시작한 소기업 운동은 2년만에 회원 업체수가 2천6백개로 늘어나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변호사.공인회계사.대학교수 등 뜻있는 전문가들이 수년 전부터 하나 둘씩 소기업 돕기에 나선 결과 현재 연합회 산하에 1백여명 법률전문가의 종합상담자문단이 구성돼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소기업지원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2백68만개에 달하는 '개미군단' 은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 에 머물러 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 왜 소기업이 부각되나 = 소기업 운동이 점차 일반의 호소력을 얻은 데는 97년말 외환위기 이후의 사회인식 변화가 한몫 했다.

오균환 소기업연합회 사무총장은 "대기업 경영시스템의 부정적 측면과 실업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발빠른 사업전개, 고용 흡수력 면에서 소기업의 가능성이 평가받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또 경제위기 속에서도 유망 벤처들이 꾸준히 쏟아져 나온 데다 서비스업 비중이 날로 커지면서 국민경제나 일자리 창출 면에서 소기업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대기업의 대량 공채제도가 거의 자취를 감출 정도로 대기업의 고용창출능력이 한계에 달한 가운데 수십만개의 우량 소기업들이 한명씩만 더 채용해도 실업난 완화에도 큰 몫을 할 수 있다는 것.

◇ 여전히 홀대 받는 소기업 = 이처럼 분위기는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소기업이 처한 제도적.관습적 영업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소기업자문단 서상수 간사 (변호사) 는 "소기업 지원법이 구체성을 결여한 데다 지원기관들도 제각각 일을 추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고 지적했다.

소규모 제조업체를 위해 무등록공장의 양성화 절차를 간편하게 했지만 정작 이를 위임받은 지방자체단체는 지침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일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식품첨가물업체인 한국카라겐 김진선 사장은 "올들어 정부가 전국 주요 도시마다 소상공인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원실적을 홍보하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고 말했다.

중소기업 금융지원 대상인데도 규모가 작고 회사연륜이 짧다는 이유로 덮어놓고 담보대출조차 거부하는 은행 창구직원들의 안이한 여신관행도 큰 애로사항이다.

여성벤처 KCI의 권하자 사장은 "유망 벤처에게도 신용대출을 그림의 떡이고 보증기관 신용보증서까지 떼갔는데도 담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고 말했다.

제품의 질이 아니라 과거 실적증명서를 기준으로 거래처를 정하는 정부.공공기관의 조달관행도 개선될 과제다.

김종실 소기업연합회장은 "현행 중소기업 대책을 어느 정도 자립 가능한 중기업과 취약한 소기업으로 나눠 특성에 맡는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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