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주부 보디빌더 이현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보디빌딩 여자 58㎏급 국가대표 이현숙 (35) 씨. 두 아들을 둔 주부라고 믿기 힘들 만큼 균형미를 갖춘 몸매에 탁월한 표정 연기로 관중들을 사로잡는 이씨는 '보디빌딩계의 꽃' 으로 통한다.

이씨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보디빌딩에 겁없이 발을 내디딘 것은 서른살이 되던 95년. 둘째 아들을 출산한 후 몸매 관리를 위해 체육교사인 남편 조현준 (36) 씨의 권유로 동네 헬스클럽에 나갔다.

"여자가 무슨 보디빌딩이냐" 는 주위의 핀잔에 처음에는 "근육 안나오게 해주세요" 라며 헬스클럽 관장에게 애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근육이 안나와 고민할 정도로 보디빌딩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군살이 빠지고 틀이 잡혀가는 자신의 몸매를 보는 것은 기쁨이었다.

서른살에 시작한 화려한 외출은 96년 아시아 여자 보디빌딩 정상에 오른 김숙진씨의 경기장면이 실린 사진을 보면서 전기를 맞았다.

이씨는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한 끝에 선수로의 변신을 결심했다. 하루종일 체육관에 틀어 박혀 차디찬 쇳덩이와 싸우며 구슬땀을 흘렸다.

소금기가 많은 음식은 근육을 키우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닭가슴살.고구마.계란흰자 등 자신이 직접 만든 맛없는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랬다.

땀의 대가는 달콤했다. 97년 경기도대회에서 2위에 오르며 두각을 보인 이씨는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격인 미스터코리아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인천에서 벌어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선수생활의 꽃을 활짝 피웠다.

부인의 성공적인 변신에 남편도 '아름다운 시기심' 이 발동, 뒤늦게 선수생활 (85㎏급)에 뛰어들었다.

"서른살은 결코 늦지 않아요. 보디빌딩으로 삶의 활력을 느껴보세요. " 이씨의 자신있는 말이다.

김현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