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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라 뱅크스, 토크쇼 성공기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수퍼모델 출신의 방송인 타이라 뱅크스가 최근 데이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토크쇼 진행자상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이름을 내건 ‘타이라 뱅크스 쇼’가 최고의 ‘정보 제공 토크쇼(informative talk show)’ 부문에 선정된 것. 에미상은 TV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릴 만큼 방송인들에게 최고의 영예가 되는 상이다.

2005년 모델 업계를 은퇴한 그는 요즘 제일 잘나가는 여성 방송인 중 하나다. 그가 제작한 ‘아메리카 넥스트 톱모델’은 6년째 12시즌이 방송됐고 수십 개국에 프로그램 포맷이 수출됐다. 최근에는 abc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리얼리티 프로그램 ‘트루 뷰티(true beauty)’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다.

은퇴한 모델의 삶이란 대개 망가져 가는 얼굴과 몸매를 끊임없이 파파라치에게 노출당해야 하는 고단한 것일진대, 그는 파파라치의 먹잇감에 머물지 않고 모델일 때보다 더 왕성하게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광고주나 디자이너에게 선택돼야만 무대에 설 수 있던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토크쇼를 진행하는 등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가 뜨고 지는 할리우드에서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사실 그가 제2의 오프라 윈프리를 꿈꾼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는 “오프라 윈프리처럼 세계 여성들에게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실제로 미디어는 두 사람을 종종 비교하곤 한다. 2008년 뉴욕 타임스 매거진은 타이라 뱅크스를 두고 “마사 스튜어트, 오프라 윈프리에 이은 차세대 여성 브랜드 파워”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타이라 뱅크스를 윈프리의 ‘아류’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뱅크스는 나름 윈프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단 두 사람은 타깃으로 공략하는 시청자층이 다르다. 윈프리가 중장년층 여성들을 겨냥하고 있다면 뱅크스는 주로 청소년 및 젊은 여성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윈프리는 시사적인 이슈를 즐겨 다루는 반면 뱅크스는 시시콜콜한 일상생활에서 공감을 살 수 있는 소재들을 다룬다. 예를 들어 ‘정품과 모조품 구별 방법’ ‘헤어진 애인 되찾는 법’ ‘운전면허증 사진 예쁘게 찍히는 법’ 등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봄 직한 궁금증과 고민을 다룬다.

그러나 무엇보다 뱅크스의 진짜 인기 요인은 수퍼모델 출신답지 않은 소탈한 진행에 있다. 그는 자신의 가발이나(흑인 여성에게 가발은 무척 중요하고도 예민한 문제다) 가슴 크기, 과거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털어놓는다. 그가 방청객 및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 개인적 경험들을 사용하는 것은 “연예인도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위로를 준다.

문득 부러워졌다. 요즘 우리가 TV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여성 진행자라고는 박미선과 김원희 정도다. 한때 이승연이나 김혜수가 단독 진행하는 토크쇼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묻고 답하는 여느 예능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었다. 연예인들이 출연해 서로 홍보해 주기 바쁜 민망한 토크쇼가 아닌, 일반인과 호흡하며 진솔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토크쇼가 우리에게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오프라 윈프리나 타이라 뱅크스처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여성 단독 진행자의 토크쇼라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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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전공은 사회학. 음악과 문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김수경 sisikolk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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