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졸속협상.망신외교 쌍끌이 國恥…어민들 분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만족할 만한 쌍끌이 조업허가를 받아내지도 못하고 대신 백조기 황금어장을 내준 것은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입니다. " 한.일 어업협정 재협상 결과에 대한 어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담했다.

내용을 전해들은 쌍끌이와 복어채낚기.상어유자망 어민들은 17일 "도대체 얻은 것이 무엇이냐" 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일본 해역에서 잡을 수 있는 총 어획량을 종전 14만9천t 외에 추가로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한데 대해 '제살깎기' 협상이라고 비난했다.

우선 제주도 서남쪽 백조기 황금어장에서 일본 어선의 저인망 조업을 허용한데 대해 제주어민들은 "협상을 잘못해 빠뜨린 쌍끌이 어업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제주어민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며 반발했다.

전국어민총연합 유종구 (兪鍾久) 회장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협상을 다시 한다고 무슨 큰 소득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일본에 끌려다니며 손실이 더 커진 셈" 이라며 "한.일 어업협정 백지화 운동을 계속하겠다" 고 밝혔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이수인 (李壽仁) 조합장은 "일본 수역에서 쌍끌이 조업이 가능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입어 척수가 어민들의 요구에 턱없이 부족해 아쉽다" 고 말했다.

쌍끌이선주협회 한철석 (韓哲錫) 회장은 "국내 쌍끌이 어선 2백20척 가운데 80척만 입어할 수 있다니 입어 어선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민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며 "입어하지 못하는 어선을 포함한 감척어선에 대한 실질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오징어와 복어를 잡는 어민들의 모임인 오징어채낚기협회 박원호 (朴元鎬) 회장은 "복어잡이를 하다 철수한 일.중 잠정수역에 다시 출어할 수 있어 다행이나 올해 복어잡이 어기는 3월말로 끝나 그동안 조업하지 못한 손실은 사실상 만회할 길이 없다" 며 "정부는 졸속 협상으로 업계가 본 피해 (3백억원) 를 보상해야 한다" 고 말했다.

산오징어를 잡는 오징어채낚기 어민들은 "일본 수역에서 산오징어잡이가 4~6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 지난번 실무협상에서 이 시기에 조업을 못하는 것으로 돼있어 추가협상에서 이를 보완해 달라고 했는데 안건에조차 포함하지 않았다" 며 분개했다.

동중국해 중.일 잠정조치수역의 어장을 잃은 상어유자망 어민들은 "복어는 허용하면서 상어는 왜 언급조차 하지 않았느냐. 어선수가 8척밖에 안된다고 무시한 것 아니냐" 며 불만을 토로하고 "정부에서 모두 감척을 해준다고 하지만 배가 없으면 어민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느냐" 고 걱정했다.

부경대 김진건 (金鎭乾.해양생산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재협상까지 하는 국제적 망신을 한.중 어업협상에서는 결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와 업계.어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확한 어업통계 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어민들이 출어횟수.어획량.어장위치 등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탓으로 정부가 정확한 통계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면서 "그 결과 일본과의 협상에서 우리측이 더욱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고 말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