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협상 타결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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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자칫 긴장국면까지 상정해야 했던 북한 금창리 핵시설 의혹을 둘러싼 북.미간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위기국면을 한고비 넘겼다는 점에서 안도하며 금창리 이후 남는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관련국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조체제를 이룩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북.미 핵협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새로운 자세와 각오가 필요하다.

이번 협상결과에서 나타났듯 북.미간 협상이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안고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벼랑끝 외교만 일삼던 북의 대외정책이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경험을 김정일 (金正日) 체제의 첫 외교협상에서 확인했다는 사실도 귀중한 소득이다.

북한을 고립시키는 봉쇄정책이 아니라 개입.포용정책으로 상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도 긍정적 측면이다.

94년 제네바 합의때는 한국이 악역을 도맡았고 부담도 몽땅 떠안는 협상 소외의 위치였지만 이번엔 우리 정부가 미국에 포용정책의 중요성을 줄기차게 설득하고 그 방향에서 협상이 타결됐다는 점에서 외교적 성과가 컸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긍정 뒤에 숨어 있는 부정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두차례에 걸친 북.미간 핵협상에서 핵무기 개발활동을 억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유사한 의혹이 앞으로 재발할 개연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아직은 없다는 점이 불안요인이다.

어찌 보면 북한이 경제적 실익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든 군사적 위협카드를 쓸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도 볼 수 있다.

향후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대북정책은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우려와 부정적 요인의 잠복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먼저 핵과 미사일 개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선 북한을 지속적으로 국제사회로 편입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 태도를 봐 가며 경제제재 해제와 아울러 북한경제를 지원하는 국제적 협력프로그램을 한.미 공동으로 적극 개발해 북의 개방을 촉진해야 한다.

이와 병행해 핵.미사일 등 긴장요인을 근원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구축 노력이 남북 당국간에 이뤄져야 한다.

페리 보고서에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더 큰 합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라는 기본틀에서 남북한 당국이 정치군사문제를 협의하고 재래식 병기.군비통제를 할 수 있는 협상수준으로까지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남북한과 미.일.중이 공조하는 다자간 협상틀이 상시체제로 가동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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