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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돌아다니는 내 신용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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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등과 관련해 최근 개인신용정보시장의 이해관계자 간에 적지 않은 논쟁이 있는 듯하다. 이해관계자라 함은 개인신용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하거나 가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우선 정부에 의해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 지정된 은행연합회, 그리고 여신전문금융협회, 생·손보협회 등 주로 동종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개별신용정보집중기관, 아울러 자율적으로 개인신용정보를 수집·정제·가공해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민간 크레디트뷰로(이하 ‘CB사’) 등을 말한다.

현재 대부업체 등을 제외한 소위 제도권 금융기관이 보유한 개인의 불량신용정보(연체정보 등)는 일정 부분 공공적 성격을 보유한 은행연합회에 일차적으로 집적된다. 이 정보는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고 민간CB사에 유료로 제공된 후, 여기서 일련의 전문 정보가공을 거쳐 은행 등 개별금융기관에 전달된다. 가공·전달된 정보는 해당 금융기관이 대출과 신용카드발급 업무 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신용도를 파악하는 데 적극 활용된다.

개인신용정보시장 이해 관계자들 또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보다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정보가공능력 향상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업무영역 확대를 위해 물밑 사투를 벌이고 있는 듯하다. 은행연합회의 경우 기존 불량신용정보 위주의 정보수집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 민간CB사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소위 우량신용정보를 추가적으로 수집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CB사와 달리 특별한 정보가공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은행연합회가 추가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금융기관이 개인의 신용도를 파악하는 데 부가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신전문금융협회 등 개별신용정보집중기관 또한 그들이 보유한 개인신용정보를 동종 업계의 이익 차원을 넘어서 타 업권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협회는 자체적인 기준이나 자율협약에 따라 신용정보를 집중하고 또 수집된 정보를 그들이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신용정보의 오·남용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곳이다. 개인의 신용정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곳에 유통됨으로써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국내 CB산업이 향후 금융산업의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금명간 정부의 분명한 로드맵 제시가 있어야 한다. 즉, 개인신용정보의 수집은 어디까지가 적정한 수준인가, 공공CB와 민간CB 간 최적의 역할 분담은 무엇인가, 개인신용정보 오·남용 방지와 금융산업 효율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개인신용정보의 활용은 어디까지 가능하고 필요한가 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정재욱 세종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