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도시들] 오타구의 미쓰이 제작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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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쓰미 (三津海) 제작소는 33명이 진공 펌프를 만드는 평범한 중소기업. 초등학교를 나와 시골에서 농사짓던 와타나베 유지 (渡邊陽次.73) 사장이 지난 58년 세운 회사다.

사장 부인인 미쓰에는 경리를 맡고, 총무담당인 큰 며느리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커피와 다과를 대접하는 전형적인 가족 기업이다.

장남인 고이치 (幸一.50) 전무는 26년 동안 연구개발을 맡고 있고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맏손자는 대물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와타나베 일가는 새로운 기계를 만드는 게 취미이기도 하다.

덕분에 이 회사는 16개의 특허를 갖고 있지만 와타나베 사장은 "정말 중요한 기술은 특허를 내지 않는다" 고 말했다.

기술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허름한 공장이라고 깔볼 게 아니다.

미국 우주왕복선에는 이 회사에서 제작한 세버레이터 (진공에 가까운 상태에서 물과 공기를 분리하는 장치)가 장착돼 있다.

버는 돈은 모두 은행에 예금하는 게 원칙. 와타나베 사장은 "정말 자금이 필요할 때 누가 돈을 빌려 주겠느냐" 고 반문했다.

은행 예금을 1억엔 이상 유지, 금융기관 차입금보다 항상 많도록 하는 게 이 회사의 재무관리 기준이다.

가족기업이라도 규칙은 엄격하다.

오전 8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을 어겨본 적이 없다.

와타나베 사장은 '별다른 취미가 없어' 토.일요일에도 반나절씩 출근한다.

골칫거리라면 관혼상제가 생기면 가족들이 모두 참가하는 바람에 공장을 돌리기가 어렵다는 점. 또 스스로 설정한 기술수준이 워낙 까다로워 신제품을 개발해도 1만시간 이상 보증하기 위해 테스트 기간만 2년 이상 걸린다.

미쓰미제작소는 중소기업이지만 생산제품의 45%를 수출하는 만큼 환율위험에도 대비한다.

와타나베 사장 부자는 "대기업으로 키우는 데 관심이 없다" 고 잘라 말했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온리 원 (Only One) 기업" 이라며 "세계 유명 대기업들이 진공펌프라면 우리를 찾아와 머리를 숙이도록 만드는 게 유일한 꿈" 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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