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임시국회 이틀째 상임위별 초점]외통부.법사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회는 11일 3개 상임위를 열어 현안보고와 법안을 심사했다.

통일외교통상위에서는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방한 (訪韓)에서 나타난 한.미간 대북 정책상의 이견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법사위는 동성동본 결혼금지 규정 폐지를 내용으로 한 법무부 제출 민법개정안을 놓고 찬.반 논쟁을 벌였다.

교육위는 이날 발표된 '교육발전 5개년 시안' 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었으나 서원대에 대한 관선이사 파견문제로 여야 의원들간에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져 본론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산회했다.

소동은 한나라당 이원복 (李源馥) 의원이 서원대 이사가 된 국민회의 설훈 (薛勳) 의원을 비난한 데서 비롯했다.

◇ 외통부 - 대북정책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선 미국 대북정책의 토대가 될 '페리 보고서' 작성을 둘러싸고 "최근 한.미간 공조체제에 상당한 '간격' 이 생긴 것이 아니냐" 는 야당의원들의 우려성 힐책이 쏟아졌다.

한나라당의 박관용 (朴寬用) 의원은 "정부는 포용정책 유지에 우위를 두고 있지만 미국은 핵.미사일 등 당면위협 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면서 "대북정책의 출발점부터 다르다" 고 지적했다.

김덕룡 (金德龍) 의원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일괄타결론이 사실상 파기됐다는 주장을 폈다.

金의원은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우선이며 이에 대해선 일괄타결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정부와 페리 조정관의 협의에서 관철됐다" 고 주장했다.

金의원은 또 "페리 조정관과의 협의에서 나온 포괄적 접근이란 1단계에서 약간의 당근으로 핵과 미사일을 포기시키되 만약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서면 2단계 압박봉쇄 전략을 취한다는 의미" 라고 말했다.

이신범 (李信範) 의원은 "미국은 남북간 현안의 포괄타결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이 경우 북한을 압박하는 2단계 대책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느냐" 고 따졌다.

야당의원들의 추궁과 질책이 이어지자 여당의원들은 폐리 보고서가 아직 작성중이란 점을 강조했다.

협상전략을 미리 노출해 한.미간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북협상에 이롭지 못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여당의원들은 "주권국가인 미국과 한국의 이익이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 않느냐" 며 "대북 포용정책의 원칙이 지켜지는 한 어느 정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고 야당측 주장을 봉쇄했다.

국민회의 김상우 (金翔宇).양성철 (梁性喆) 의원 등은 "대북 포용정책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를 상정해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북한의 핵재무장과 미사일 개발을 부추길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순영 (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은 "북한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개발돼선 안된다는데 대해 한국과 미국의 인식은 같다" 고 답변했다.

그는 또 "페리 조정관과의 협의에선 북한이 우리측 포괄제안을 거부했을 경우 제재방안보다 포괄제안의 내용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뒀다" 고 설명했다.

이상렬 기자

◇ 법사위 - 동성동본 금혼

법사위는 동성동본 혼인금지 제도를 없애는 법개정안을 공청회에 부쳤다.

개정안은 결혼금지를 근친 (近親) 간에만 한정하고 있다.

예상대로 참석자들 사이에 격렬한 찬반논쟁이 오갔고 한때 험악한 분위기도 있었다.

먼저 찬성 쪽으로 나선 유남석 (劉南碩)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헌법재판소의 동성동본 혼인금지 규정에 대한 '불합치' 결정에 따라 결혼금지 범위를 근친에 국한시키는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자 유림 (儒林) 의 대표격인 성균관 (成均館) 김진우 고문은 "친족간 위계질서와 가문을 파괴할 수도 있는 동성동본 결혼금지 규정 폐지에 신중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혼인금지의 구체적 범위를 놓고 격론이 계속됐다.

대한변호사협회 박동섭 변호사는 근친혼 금지대상 폭을 더욱 좁히자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안 중 제809조의 혼인금지 범위를 '8촌 이내 부계 (父系) 혈족 또는 모계 (母系) 혈족' 에서 '직계혈족과 6촌 이내 방계 (傍系) 혈족' 으로 바꿔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진우 고문은 "동성동본간 결혼허용 범위를 9촌에서 15촌 사이로 정하되 이 경우도 '친족들 허용' 을 받아야 결혼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 고 제의했다.

한국씨족총연합회 구상진 (具相鎭) 변호사도 반대론에 가세했다.

그는 "동성동본 혼인금지 기준이 남성인 점을 들어 남녀불평등의 시각에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며 "이는 호주.성씨 제도를 부인해 우리 가족체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망국적 행위"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 중간에 국민회의 조순형 (趙舜衡) 의원이 나섰다.

趙의원은 "동성동본 핵심인 씨족제도의 연원이 중국인지 아니면 우리 고유의 것인지도 모르고 법무부는 법개정에 나서고 있다" 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해 역사.사회학자가 참석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법사위 소속 의원 대부분은 사안이 워낙 미묘하고 첨예하게 맞서 있어 다른 쟁점과 달리 자기 입장을 꺼내지 않고 경청했다.

유광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