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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의 꿈'키우는 귀농학교 4총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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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버섯재배에 제2의 인생을 걸었습니다. " 강원도춘천시신북읍발산리 발산농장에서 공동으로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허삼일 (許三逸.48).정연경 (鄭然慶.60).정진상 (鄭珍尙.54).이희철 (李羲哲.40) 씨. 이들 '버섯 4총사' 는 난생 처음 하는 일이라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요즘 살맛이 절로 난다.

할 일없이 가슴만 쥐어뜯던 때를 생각하면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자신들이 기른 버섯을 출하하면서부터 이들에게는 새롭게 선택한 삶이 꿈같기만 하다.

20여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던 許씨, 축산과 구멍가게를 했던 연경씨, 식품회사를 다녔던 진상씨,가구점을 경영했던 李씨가 인생항로를 바꾼 것은 IMF한파가 시작되던 지난 97년 11월께. 이들은 실직.사업부진 등으로 방황하다 지난해 여름 귀농을 결심, 춘천YMCA가 주관한 귀농학교 1~3기 교육에 참가했다.

이곳에서 농가를 둘러보다 버섯재배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이어 지난해 11월 2~7일까지 열린 '버섯캠프' 에 모였다. 이때 강사로 인연을 맺은 사람이 현재의 발산농장 주인 유연광 (柳然光.46) 씨. 柳씨는 여러차례의 토론 끝에 이들이 버섯재배에 상당한 열의를 갖고 있으나 아무런 지식도 없는데다 정착할 곳도 없음을 알게 되자 자신의 농장 근처로 오면 기술을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許씨 등은 "함께 귀농하자" 고 뜻을 모으고 각자 3천만원씩의 돈을 모아 지난 1월 가족들을 남겨둔 채 춘천으로 옮겨왔다.

농장 인근의 땅을 임대하고 12동의 버섯재배사를 지을 자재까지도 구입했다.

그러나 이곳이 그린벨트라 버섯재배사 건립은 물론 자신들이 거처할 집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장 버섯종균을 접종해야할 시기였으나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柳씨는 자신의 비어있는 재배사 6동을 거저 빌려주었다.

이때부터 이들은 柳씨의 지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버섯을 기르기 시작, 종균을 접종한지 50여일만인 지난달 28일부터 감격의 첫 수확을 했다.

이후 하루 2㎏들이 50~60상자씩 수확하다 보니 일손이 달려 지난 9일부터는 서울 등에 남아있던 부인들까지 내려와 가세했다.

춘천 =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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