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한국MSD 세일즈맨 이명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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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현재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분야가 보건의료 분야죠. 특히 제약분야는 일반 제조업의 매출대비 순익비율이 2% 정도인데 비해 30%를 웃도는 고부가가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

환자를 보는 것만이 의사의 역할은 아니라며 일선 병원의 영업 현장을 누비고 있는 한국MSD 세일즈맨 이명세 (李明世.30.사진) 씨. 96년 한림대 의대를 3등으로 졸업하고 한강성심병원 인턴을 마친 그는 레지던트 시험 합격을 뒤로 하고 지난해 6월 미국의 거대제약회사 머크의 한국지사 한국MSD에 입사한 국내최초의 의사출신 세일즈맨이다.

현재 경희대의료원.강동성심병원 등 8개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머크가 개발한 고혈압치료제 코자를 팔고 있다.

"처음엔 엉뚱한 짓을 한다며 모교 스승으로부터 꾸중을 듣기도 하고 사람대접에 익숙하지 못해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지만 이제는 첫달 매출액의 세배가 넘는 매출액을 거뜬히 올린다.

그의 영업비결은 의사들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 의료현장에서 부닥친 약 문제를 의사들이 물어오면 직접 학술논문지를 뒤져 해결해주기도 한다.

학회.강연회 등에서 자사 제품의 장점을 소개하는 것도 물론 그의 몫. "선진국에선 제약회사 직원이 특정약품에 관해 의사보다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어 세일즈맨이 아닌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는 그는 "의사면허증을 갖고 있어 다른 이보다 훨씬 유리하다" 고 들려준다.

그러나 약품을 둘러싼 국내 의료계의 뒷거래는 그의 골칫거리. 환자에게 좋은 약보다 의사에게 이익이 되는 약을 많이 처방하는 왜곡현상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처음엔 관행적인 대가를 요구하는 압력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환자에게 좋은 약이 결국 의사의 이익을 위해서도 좋은 약이라고 설득, 효과를 얻고 있어요. " 그는 이제 국내 제약회사들도 외국계 제약회사들의 영향을 받아 금품 등 비공식적 향응제공을 금지하는 곳이 늘어가고 있다고 들려준다.

한국MSD는 李씨에게 일반대졸 사원보다 약 20% 많은 급여를 주고 있는데 '성공작' 이라는 자체평가에 따라 최근 2명의 의사를 영업직으로 채용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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