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지고도 승수 못 올리는 투수에겐 ‘윤석민 어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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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KIA 윤석민(23)은 2007년 잘 던지고도 울었다. 그는 당시 16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78(12위)을 기록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7승18패(선발 17패)로 최다패 투수가 됐다.

누리꾼들은 그를 보고 ‘윤석민 어워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팬들은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이 없는 불운한 투수들 이름 앞에 ‘윤석민 어워드 후보’라는 말을 붙이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고 있다.

◆하위팀 에이스의 운명=윤석민 어워드는 하위팀 에이스에 딱 맞는다. 2007년 윤석민의 소속팀 KIA는 최하위였다.

올 시즌 윤석민 어워드 후보도 7위 LG의 봉중근(29)과 8위 한화의 좌완 에이스 류현진(22)이다.

봉중근은 지난해에도 최다 이닝(186과 3분의1)을 던지고 11승에 머물렀다. 지난해 누리꾼 사이에서는 봉중근이 “죄송합니다. 제가 9이닝 동안 무려 2실점이나 했네요”라고 사과했다는 가상의 말이 유행했다. 팀 타선이 2점 이상도 뽑아내지 못하는 봉중근의 처지를 빗댄 블랙유머다.

봉중근은 올해도 10승(11패)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그는 올해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17번이나 했다. 선발 등판 횟수의 70%다. 과거 봉중근의 별명은 메이저리그 투수 요한 산타나(뉴욕 메츠)의 이름을 딴 ‘봉타나’였지만 어느 새 ‘봉크라이(잘 던지고도 승리를 못 거둬 운다는 뜻)’로 더 자주 불리고 있다.

지난 3년간 49승을 올린 류현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류현진은 올 시즌 팀이 꼴찌로 추락하며 좀체 승수를 늘리지 못했다. 김인식 한화 감독이 “강팀에 있으면 15승 투수인데…”라고 한숨을 쉴 정도다. 올해 류현진은 10승(11패)에 머물고 있다. 완투를 네 번이나 했지만 그중 두 번이 완투패일 정도로 타선의 지원이 아쉬웠다.

◆실력으로 이겨내야 에이스=2007년 윤석민은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면 (타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실제로 당시 윤석민이 나오는 날은 KIA 타선이 유난히 침묵을 지켰다. 9이닝당 평균 득점 지원은 2.20점에 그쳤다. 6이닝 3실점으로도 승리를 따낼 수 없는 숫자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마저 극복해야 에이스다. 두 선수도 잘 알고 있다. 봉중근은 “1, 2선발의 QS는 7이닝 이상 2실점 이하”라고 새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승리투수가 되면 항상 “타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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