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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새뚝이]은현초등교 송용화 학교운영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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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학교 운영에 불만이 있어도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학부모, 학부모의 조언을 '간섭' 으로 여기는 교사. 상당수 교사.학부모 사이에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담벽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운영위원회 (학운위)가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학교가 많은 가운데 경기도양주군은현면선암리 은현초등학교의 사례는 눈길을 끈다.

이 학교 학운위는 지난해 9월 공모를 통해 당시 경기도동두천시 사동초등학교 교장 이순창 (李淳彰.62) 씨를 초빙교장으로 임용했다.

송용화 (宋容華.39) 학운위 위원장은 "교장이 건강문제로 자주 교체돼 초빙교장제를 도입했다" 고 말했다.

李교장은 취임 반년도 안돼 3층 학교건물 옥상에 4개 교실을 증축, 도서관.예절실 등을 만들고 학생 5백명에게 연필.공책 등 학습준비물을 무상 제공하는 등 많은 일을 해냈다.

또 학부모를 대상으로 모금한 발전기금 5백만원에 학교운영비 4백만원을 보태 학습준비물 보관함 18개를 복도에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은 없었다.

학부모 7명, 지역인사 3명, 교사 4명, 교장 등으로 구성된 학운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결정했기 때문이다.

李교장은 "모든 업무를 학부모들과 협의해 처리하니 훨씬 효율적이고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며 "학운위는 교육자치.학교민주화의 뿌리" 라고 강조했다.

李교장은 교장실을 공개, 교사.학부모 상담실로 함께 쓰고 있다.

학운위 위원 학부모 노진황 (盧鎭黃.41) 씨는 "학교가 재정.교육과정.소풍.방과 후 수업 등 모든 업무를 공개하고 함께 논의한 결과 학운위가 잘 운영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위원 김공자 (金工子.33.여) 씨는 "잘 모르면 불만.의심이 생기는데 이런 문제가 없어졌다" 며 "학교에는 학부모 의견을 전하고 학부모에게는 학교업무를 알리는 가교역할을 하는 셈" 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는 많은 교사.학부모의 참여를 위해 학운위 위원 임기를 1년으로 하고 있다.

교직원 선거로 뽑히는 교사위원들도 무조건 학교 편을 들지는 않는다.

이건식 (李建植.44) 교사위원은 "학교에 건의.비판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교사위원이 되려는 열의가 대단하다" 고 말했다.

宋위원장은 "학운위가 성공하려면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학교.학부모가 서로 공개하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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