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난장판 된 이회성씨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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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속칭 '세풍 (稅風) 사건' 재판이 열린 6일 서울지법 417호 법정은 난장판이 됐다.

공판 후반부 검찰이 이회성 (李會晟) 피고인에게 동부그룹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경위.여론조사 비용출처 등을 추궁하면서부터였다.

李피고인은 "대선자금에 관한 내용인 만큼 당선자 (국민회의) 측도 같이 수사하기 전에는 진술할 수 없다" 고 답변을 거부했다.

변호인인 한나라당 김영선 (金映宣) 의원은 "검찰 신문대로라면 한나라당이 피고인이 돼야 한다" 며 " (검찰은) 정도 (正道) 를 지키라" 고 목소리를 높였다.

金의원은 흥분한 듯 손으로 변호인석 탁자를 내리치기까지 했다.

검찰의 신문태도도 냉정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신문과정에서 "대선 당시 이회창 (李會昌) 후보의 한 측근이 '이회성씨가 너무 설친다. 전경환 (全敬煥) 이나 김현철 (金賢哲) 씨 같은 우 (愚) 를 범해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던데…" 라고 언급했다.

다분히 피고인의 인격에 상처를 줄 만한 내용에 피고인측 인사들이 많이 자리한 방청석에선 곧바로 "정치검찰 물러가라" 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소동은 결국 재판부가 "여기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다투는 곳이지, 정치 연설을 듣는 곳이 아니다.

고함과 박수 소리가 뭐냐. 검찰과 변호인 모두 지나쳤다" 며 양측 모두에게 주의를 주면서 마무리됐다.

세풍사건이 정치색 짙은 사건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재판결과에 따라선 야당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무죄가 선고된다면 검찰조직은 물론 현 정부의 도덕성까지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도 재판은 재판이어야 한다.

꼭 재판장의 지적을 들지 않더라도 정치판 연설하듯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현직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시민이 법정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세풍 공판은 앞으로도 여러차례 남아 있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검찰이나 변호인 모두 감정을 억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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