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창업]부부가 물에 녹는 키토산 세계 첫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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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키토산은 게.가재.버섯 등에 많이 함유돼 있는 천연 고분자물질로 암.심장병.고혈압.당뇨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물에 녹지 않는 특성 때문에 인체흡수율이 떨어지는 게 골칫거리. 세계 최초로 수용성 키토산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해 양산체제에 들어간 벤처기업 자광RNC테크의 서상봉 (徐祥奉.42) 이사와 유향자 (劉香子.41) 사장 부부.

한양대 동문인 이들 부부의 성공 뒤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출신인 徐씨와 경영학을 전공한 劉씨의 멋진 콤비 플레이가 있었다.

KIST에 근무중이던 徐씨가 키토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9년. 수용성 키토산을 개발하면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한 徐씨는 전업주부였던 부인과 함께 연구에 착수했다.

徐씨는 직장일로 바빴기 때문에 이론모델만 개발했다. 사랑방을 간이연구실로 개조, 각종 시료로 실험하는 것은 劉씨의 몫이었다.

첫 시제품이 나온 93년 봄. 이들은 한 병원의 주선으로 일곱살난 백혈병 어린이를 상대로 첫 임상시험을 가졌다.

결과는 기적적이었다. 3개월만에 백혈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 자신감이 생긴 이들은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97년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수용성 키토산 제조에 대한 기술특허를 획득했다.

이들이 개발한 제품은 기존에 비해 효능이 6~7배나 높았다. 국내외에서 거액을 줄테니 기술을 넘기라는 유혹도 많았지만 이들은 기업을 직접 차리기로 하고 지난해 6월 집을 판 돈과 徐씨의 퇴직금을 합쳐 안성 제1산업단지내에 자광RNC테크를 세웠다.

부인 劉씨가 사장을 맡아 신기술을 적극 홍보한 덕에 3억원 가량의 정부 벤처지원 자금을 따낼 수 있었다. 현재 제약회사.병원.연구소 등 30여곳 이상의 판매망을 구축해 놓은 상태. 다음달부터 일본에 월 1억~2억원 상당의 물량을 수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세계 30여개국에서 E메일이 날아왔다.

徐씨는 8명의 연구원과 함께 키토산 활용에 대한 국가프로젝트 2건도 진행중이다. 올해 매출목표는 최소 50억원. "독자적 기술인 만큼 국내에 머무르기보다 밖으로 눈을 돌려 반드시 세계시장을 석권할 계획입니다. " 세계 초일류 벤처기업을 꿈꾸는 徐씨 부부의 포부다. 0334 - 677 - 5044~5.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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